[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ICT 기업 네이버와, 국내를 대표하는 항공회사 대한항공이 나란히 '갑질'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두 기업을 둘러싼 논란은 점입가경입니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논란이 불거진 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네이버에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25일 오전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네이버도 여론 조작의 공범'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서버 수색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네이버는 부랴부랴 댓글 조작 개선안을 발표했으나 성난 여론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뉴스 아웃링크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한편, 네이버의 시장 독과점을 해체해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가 뿌린 물컵의 물이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초 광고대행사를 대상으로 하는 갑질 논란으로 시작됐으나 지금은 밀수 혐의까지 제기되는 판국입니다.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대한항공의 갑질 실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최근에는 조 전 전무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까지 폭로되며 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갑질에는 온도차이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정경유착으로 대표되는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의 갑질은 철저히 시장 독과점에 따른 플랫폼 갑질에 매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대한항공은 플랫폼 생태계의 관점이 아닌, 순수하게 오너 리스크의 일환으로 논란에 휘말린 경우입니다.

다만 두 회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바로 오만함입니다. 네이버는 국내 ICT 포털 업계를 휘어잡으며 강력한 내적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이 과정에서 그 누구도 자기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오만한 오너 일가의 전횡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이 자기의 생각대로 술술 풀린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마 만만해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만함을 가지게 되며, 오만함은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갑질이라는 괴물을 잉태하게 됩니다. '소나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숨 죽인 채 기회만 엿보고 있는 두 회사에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