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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무례함의 內傷(내상)은 총상보다 깊다”

<무례함의 비용> 크리스틴 포래스 지음, 정태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

정중함부터 생각해보자. 정중함이란 품위와 예의, 유쾌함을 갖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리더가 된다는 것과 정중한 태도를 연관짓는 경향이 있다. 조사 결과 정중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비해 리더로 간주될 가능성이 2배나 높다. 전 세계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리더가 직원들의 헌신과 협력을 획득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해야 할 덕목은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리더가 정중하면 직원들은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느낌을 갖는다. 이런 기업의 직원들은 무심한 리더가 있는 기업에 비해 건강-웰빙지수는 56%, 즐거움-만족 89%, 집중력 92%, 몰입도는 55%나 높았다.

의료과실을 분석한 조사에서도 정중함은 큰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의료과실 소송을 당한 적 없는 의사들을 조사해보니, 이들 의사는 환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서는 일반적인 의사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만 환자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일반적인 의사들에 비해 평균 3분 더 길었다. 이들 의사는 환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갔고 더 많이 질문했으며 환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정중함은 자기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정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번아웃(신체적·정신적 피로감과 함께 무기력해지는 현상)이 될 가능성이 20% 이상 낮았고, 실적은 13% 더 높았으며, 급여도 7% 더 올랐다. 그러므로 무례한 사람들은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지, ‘무례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정중한 사람들은 무례한 사람들에 비해 궁극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아진 경우가 35%나 더 많았다.

물론 저자는 문제를 보고도 입을 닫거나 어떠한 경우에도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 무조건적인 정중함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예의는 지키면서도 할 말은 하는 방법을 익히라고 조언한다. 정중함 속에서도 얼마든지 자기 주관으로 건설적인 피드백을 내놓을 수 있으며, 이런 행동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갈 때 막말로 야기되는 심각한 비용들이 상쇄되고 침묵을 요구하는 카르텔이 무너진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정중한 솔직주의’라고 설명한다.

당신은 정중한가? 이 질문에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런데 정확하게 말하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는 것일지 모른다. 정중함이란 존중과 품위, 호의, 친절로 주위 사람들을 고양시키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무례함은 언뜻 별 게 아닌 듯하다. 정도가 약한 무례함이라면 불쾌하고 기분 나쁜 경험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목도하듯 사회의 甲들이 저지르는 ‘폭력적’ 무례함을 겪는 乙들은 극도의 심적 충격을 받는다. 인격이 짓밟히고 자존심이 무너지는 내적 붕괴를 체험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자기가 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자기비하의 늪에 빠지게 되면, 쉽게 헤어나기도 힘들다. 무례함으로 인한 內傷(내상)은 총상보다 오래 간다.

무례함은 조직 내에서도 상흔을 남긴다. 저자가 17개국 중간관리자와 평직원 800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상사로부터 무례함을 당한 노동자는 부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47%는 노동에 투여하는 시간을 고의로 단축시켰다. 38%는 일부러 작업의 품질을 떨어뜨렸다. 63%는 가해자를 회피하느라 노동시간을 허비했고, 66%는 실적이 하락했다. 78%가 조직에 대한 헌신성이 떨어졌으며, 12%는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 25%는 고객을 상대로 화풀이를 했다. 결국 무례함은 회사의 이익축소와 높은 이직률로 나타났다.

무례한 언행의 그 불쾌하거나 충격적인 기억은 머릿속에 서서히, 그러나 깊숙이 스며든다. 그렇게 뿌리내린 기억은 쉽게 부정적인 행동으로 표출된다. 무례함에 한 차례 노출되기만 해도 남에게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은 3분의 1로 줄어들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의향이 절반 이하로 낮아진다. 무례함을 단순히 목격한 사람들조차 악영향을 받는다. 사고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공격적으로 사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례함은 가정이나 부부관계에서도 바짝 경계해야 한다. 관계 균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은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리 속상해도 막말을 하지 마라. 상처를 입히고 관계에 금이 간다. 어떤 일이 있어도 막말은 하지 마라.’ 관계의 균열이란 사소한 일, 무례한 말 같은 것에서부터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8.04.29  1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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