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한가? 라는 질문에 100%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가장 믿지 못할 것이 사람의 기억이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기억의 정확도가 올라갈 수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를 다르게 해석하고 왜곡하면서 기억하기 편한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기억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대안으로 ‘기록’을 하고 있다.

물론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에 적어도 각각 다른 주제로 여러 종류의 보고서 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메모에 가까운 기록이라도 감지덕지다. 필자가 지금 쓰고 있는 칼럼도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다가 순간에 떠오른 영감을 메모로 옮겨 적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메모를 해놓지 않았다면, ‘기억보다는 기록에 의존’이라는 주제를 하늘에 흩날렸을 것이다. 물론 운이 좋아서 계속 기억하고 있다가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는 순간에 다시 꺼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경험상 알고 있다.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심지어 메모를 하고도 충분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완성형의 글로 만들지 못한 주제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필자는 쉬지 않고 적는다. 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공부했다면 더 좋은 학교에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습관은 군대에서 만들어졌다. 군대 시절, 특수한 곳에 근무하면서 나이 많은 사람들과 일할 때, 또는 사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메모’라고 배웠다.

처음 겪는 사무환경에서는 외울 것 투성이었다.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 관련 사무실 및 사람들 핸드폰 번호까지 모두 외워야 했고, 각각의 문서 속의 낯선 군대 용어와 함께 이를 처리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방식까지 모두 표준화되어 있었다. 닥치고 모두 외워야 했고, 반복해서 수첩에 적고 또 적어야 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중 일부는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당시 수백 번 반복했을 것이다.

포인트는 암기를 위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습관은 다시 학교에 돌아오면서 디지털 환경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 또는 온라인에 기록하는 습관으로 변화했다. 무언가를 보고, 듣고, 경험했다면 꼭 기록으로 남겼다. 당연히 이 습관은 첫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대로 이어졌고, 독립한 지금은 모든 의뢰인을 만나면서 기록한다.

이직스쿨에서는 오프라인 미팅에서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고 상기시키기 위해 꼭 서로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정리한 일종의 ‘회의록’을 만들어서 나눠 갖는다. 매번 미팅마다 꼭 하는 일 중에 하나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 녹음 및 녹취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대화를 중심으로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그친다.

그럼에도 이를 통해 일주일도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시 상기시켜 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힘을 가진다. 매일 만나는 사이라면 모르지만, 적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을 두고 만나는데 어떻게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진 이후로는 더욱 회의록을 정리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 그래서 가급적 수첩을 들고 다니거나, 스마트폰의 메모장을 활용한다.

개인적으로는 직장생명의 연장에 가장 기본의 기술이자 습관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기록’이라고 꼽고 싶다. 그만큼 기록이 좋은 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중에 세 가지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업무 현장에서 기억에 의해 발생 가능한 대부분의 실수를 교정할 수 있다. 이른바 기억의 오류다. 이 오류를 통제하는 기본 수단이 된다. 직장에서 발생하기 쉬운, 서로가 다르게 이해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을 과거의 기록을 통해 사실 관계만 명확하게 해도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

두 번째, 기록은 때로는 실패율을 낮추고, 성공률을 높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업무는 끊임없는 실패 속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만약 과거에 대한 기록이 과정은 기억으로 있고, 오직 기록으로는 결과만 있다면 이전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다른 시도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과정이 이전보다 나아지지 않으니 결과가 좋아질 수 없다. 따라서 과정도 함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자화자찬에 가까운 긍정적 해석을 기록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으로서 냉정하게 판단 가능하다. 각자가 업무를 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각자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뚜렷한 목표 설정과 평가 방법을 도입하면 좋겠지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정확한 기록에 근거해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목표 및 평가를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이성과 비이성의 결합이자 지구상에 가장 보수적인 집약체다. 따라서 성공을 좇기보다 실패(율)를 낮추는 게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에 최대한 통제 가능한 ‘이성적’ 영역에 집중하고 이를 가장 비이성적인 인간이 이성과 비이성을 결합해 판단하는 것이다. 이는 기록을 통해 왜곡을 통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통제 가능한 이성으로 통제 불가능한 비이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가장 이성적인 기록을 통해 비이성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매번 비슷해 보이는 실수를 반복하면서 더 나은 기대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따라서 기록을 통해 실패율을 낮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것이 일상에서도 일터에서도 자기만의 방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때로는 성공 기준보다 실패 기준을 정하는 것이 수 회의 기록을 통해 쉽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기억보다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