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게을러졌습니다.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경제 돌아가는 것이 불안불안하고 소비시장도 불안불안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민이 깊어져서 글 쓰기가 부담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다시 부족하나마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어느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제가 직접 만나서 청취한 내용입니다. 물론 이 분들이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들이 모이면 이것이 경제의 모습이 아닐까 해서 올립니다.

# 피부 관리 디바이스를 생산 수출하는 중소기업 사장님

이 분은 오랫동안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하다 이 회사와 인연이 돼서 3년째 이 기업을 맡고 있는 전문경영인입니다. 인생2막을 중소기업 경영으로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대기업 시절 갖고 있던 마케팅 인프라로, 지난 한해 놀랄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수출주문 실적도 이미 지난 한해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그 분의 얼굴이 밝지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 중소기업 직원이지만 대기업 직원만큼 대우해주고 싶다는 그 분의 '꿈'이 실현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어떻게해서든 소화해낼 각오로 있었는데 올들어 부품과 자재 업체들이 일제히 납품가 20%이상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합니다. 그걸 계산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정도로 한꺼번에 올려달라고 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올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에 비해 6%이상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1150원대에 수출주문을 받아놓은게 걱정이 되는 대목입니다. 물론 환헷지를 할만큼 여유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열심히 뛰어다니며 수출주문을 받아놓은게 이런 결과를 맞을지 예상을 못했던 겁니다.

이 분은 최근 정부의 '근무시간 단축' 방침까지 나오자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회사가 수도권에 있어서 지방 중소기업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은 젊은 직원들때문에 지방은 아예 일꾼 찾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재직하던 직원들도 월급이 작더라도 서울이라면 짐을 싸서 옮긴다고 합니다.

그 분은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 분의 마지막 꿈이 마지막 절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플라스틱 파이프관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사장님

이 분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잘나가던 증권맨이었습니다. 이 회사와 인연을 맺은것은 7년전. 거의 망해가는 회사를 맡아 7년간 공을 들여 이제는 흑자 회사로 바꿔 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도 요즘 한국에서는 정말 제조업을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인력 문제에 시달리는 것은 지난 7년동안의 일상이었습니다. 올들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자재가격 급등으로 지난해의 반짝 흑자를 올해는 모두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체 사장님들은 동남아나 중앙아시아로 공장 이전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도 올해초 동남아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장설비는 모두 뜯어서 이전하고 함께 가길 원하는 직원은 데려가고, 원치 않는 직원은 할 수 없이 이별하는 것으로 통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50대 중반 나이에 고향을 버리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공장을 옮기게 된 것입니다. 

그분은 "언어의 불편은 현지 좋은 대학을 나온 한국어과 출신을 월 100만원이면 고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생활 통역과 비지니스 통역을 채용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경쟁력은 자신있으니 한국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현지 세종시 인근 공장부지는 팔아서 나가면 그 곳에서 공장 차리고 몇년 버틸 여유자금은 될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친인척이 있는 이곳을 떠나는게 그리 쉬우냐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변합니다.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겠습니까" 더 이상 할말이 없었습니다.

한국의 기술력 제품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정말 낭떠러지로 몰리고 있는 걸까요. 가능성있는 중소기업들이 정책자금으로 연명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민 아닌 이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을 열심히 키워도 될까 말까인데 중소기업들을 뿌리채 뽑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