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최대 5000원에 이르는 호출료를 예고하며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했으나, 규제 당국과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려 스마트 호출료 1000원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모빌리티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려주는 단면입니다.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는 한편, 카풀 서비스를 일종의 보안재로 삼는 것. 여기에 택시업계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높은 사납금으로 대표되는 폐단을 극복하고 건전한 경쟁에 나서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무려 글로벌 기업’인 우버를 무찌른 국내 택시업계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분위기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고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도 지나치게 휘둘리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공유 시장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대거 택시업계에 넘긴 것도 원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카카오택시는 반 우버 진영의 대표주자인 택시업계와 협력해 이를 모바일 생태계에 탑재시키는 전략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각종 규제를 비켜갈 수 있는 ‘신의 한 수’지만 카카오 모빌리티는 공격적인 사업확장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전략은 카카오 드라이버를 출시하며 한때 업체와 날을 세우고 대리기사들과 손을 잡았던 장면에서도 반복됩니다.

결국 모빌리티 사업은 법적인 문제와 구 사업자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차차 크리에이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차차 크리에이션의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드라이버가 차량을 렌트해 평소에는 자기 차량처럼 운행하다가 라이더(고객)와 매칭이 되면 우버처럼, 카풀처럼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라이더가 탑승하는 순간 드라이버는 대리기사가 됩니다. 쏘카와 그린카는 렌터카 대여사업을 열치고 있으며 럭시와 풀러스 등은 자가용을 가진 드라이버가 카풀을 하는 구조입니다. 벅시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법를 활용하고 있어요. 반면 차차는 렌트카 장기임대, 라이더 탑승 순간 드라이버의 대리운전 기사 지위 변경 등을 통해 색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법은 아닐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렌터카 회사는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15년 11월 30일 시행령 개정으로 임차인이 대리운전 업체를 통해 대리기사를 알선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합법이라는 것이 차차의 설명입니다.

▲ 차차의 모빌리티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출처=차차

차차는 드라이버에게 라이더의 목적지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승차거부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드라이버는 운행 전 미리 자기 이동영역을 설정할 수 있으며, 드라이버와 라이더 모두 대리운전 보험과 렌터카 보험의 보호를 받습니다. 드라이버가 자기의 명의로 렌터카를 빌렸고, 이를 통해 운행하기 때문에 차량 청소와 관리도 자가용 수준이라고 합니다.

차차는 드라이버를 모집하며 당분간 일반인보다 전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법인택시 운전기사를 우선 드라이버로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세웠지만, 추후 그 범위를 넓힌다는 전략입니다.

서비스의 시작은 진정한 소비의 공유경제 취지와는 맞지 않아 보이지만, 렌터카라고 해도 유휴차량을 통해 서비스를 한다는 점은 공유경제 취지와 일부 부합됩니다. 이를 통해 택시업계의 반발을 막겠다는 포석도 깔려있습니다.

김성준 차차 대표는 한때 대형 렌터카 업체를 운영했으며, 오랫동안 공유경제 플랫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기존 택시업계와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규제 일변도지만, 당장 규제가 풀리면 오히려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며 “차분히 실력을 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도 빠르게 도입할 예정입니다.

차차는 향후 자기 플랫폼에 택시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탑재할 전망이다. 거리에 운행되는 택시의 수요를 보장하고, 상생하는 길을 걷겠다는 뜻입니다.

차차는 모빌리티 불법 논란을 교묘하게 피하기위해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습니다. 또 드라이버가 초기 자금을 들여 차량을 장기렌탈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전업자, 즉 택시기사나 대리운전기사 등을 초기 드라이버로 확보하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라이더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이동을 보장하는 구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내가 굳이 차차의 드라이버, 혹은 라이더가 되어야 할까?’라는 의문만 메울 수 있다면, 의미있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많은 난관들을 빠르게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