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건 이상 유사매물 분석하라

# 1. 경기 용인시에 사는 자영업자 박 모 씨는 수도권 개발에 따른 호재에 자신감을 얻어 경매를 통해 평택 외곽의 농지 991㎡를 낙찰받았다. 여러 번 현장 답사를 통해 지역 내 예상 발전 가능성을 확인해 첫 입찰에서 감정가 3200만원보다 약간 더 써내 단독으로 입찰해 낙찰받았다.

땅의 모양이 길쭉한 자루형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도로의 접해 있는 면적이 넓어 자신 있게 낙찰받았다. 경매 낙찰 후 1년이 지난 요즘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로부터 수차례 7000만원 넘게 되팔아주겠다고 연락을 받고 있다. 투자시기가 적절하고 운이 따라주기는 했지만 탐문을 통해 개별 부동산의 가치를 알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 2. 서울 월계동에 사는 보험회사 영업사원 김 모 씨는 소형 다세대 경매 투자로 재미를 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지하 다세대는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 없는 찌꺼기 물건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씨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진흙 속의 진주만 골라내 한 해에 수천만원의 고정적인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의 40㎡ 지하 1층 다세대주택을 감정가의 90%인 1억500만원에 낙찰받았다. 재개발지역 내 소형 다세대주택이나 임대가 수준이 높은 역세권 주변의 소형 다세대만을 골라 입찰하고, 호재가 있다면 감정가의 90%로 다소 높은 값에 낙찰받는 게 김 씨의 주 전략이다. 현재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는 재개발 매물로 시세만 2억원을 넘어서는 우량매물을 시세의 반값 수준에 낙찰받은 것이다.

경매에서 권리 분석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게 ‘물건 분석’이다. 권리 분석이 경매 투자를 위한 기초 입찰 준비 단계라고 한다면 물건 분석은 경매 부동산에 대한 심층 조사 과정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즉 입찰하고자 하는 부동산이 가격이 싼지, 낙찰 후 발전성이 높아서 앞으로 가격이 올라줄지를 파악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경제성 분석이 물건 분석이다. 물건 분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 아니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경매투자의 핵심 과정이다.

2002년 민사집행법이 제정되면서 경매의 권리 분석 과정은 단순하고 명확해진 게 사실이다. 권리관계가 확정된 상태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경매 관련 법 제도가 개선되면서 경매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이제 경매의 권리 분석은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매각서류에 나타난 권리상 하자 있는 물건과 특별매각조건 등 권리상 위험한 물건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초보자도 쉽게 권리 분석을 하고 안전하게 낙찰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물건 분석 과정에서의 부동산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아직도 입찰 단계에서 초보든 고수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전 고수들도 개별 부동산의 하자를 만나지 않으려면 권리 분석보다 더 꼼꼼하게 물건 분석을 해야 한다. 자칫 개별 하자를 만나거나 치명적인 경매의 함정에 빠질 경우 ‘빛 좋은 개살구’ 부동산을 만나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호가나 감정가, 시세로 착각하는 경우 많아

경매 입찰 전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따져야 하는 것은 물론 권리 분석이다. 등기부상 또는 세입자관계상 인수해야 할 권리를 찾아내려면 당연히 매각 서류부터 잘 봐야 한다. 특히 세입자관계는 낙찰 후 상가나 주택의 임차인의 보증금을 물어주는 일이다 보니 매각 서류를 통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금액과 배당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매각서류만 잘 살펴도 최소한 추가로 인수해야 할 하자 있는 경매 물건을 피해 낙찰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물건 분석은 거의 모든 활동을 현장에서 찾아야 하는 넓은 의미의 권리 분석이다. 대체로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들은 법원에서 강제로 매각되는 부동산이기 때문에 물건 상태가 허술하고 불완전하다. 원래 빚 많은 부동산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알뜰살뜰하게 보살피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건물의 내·외부 외에도 인접 토지와의 권리, 건축법상 하자 등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다 보니 부동산의 속과 겉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단독주택의 토지인 경우 지적도와 실제 이용현황이 다르거나 땅의 위치조차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감정평가서에 나온 흐릿한 사진은 경계가 불분명한 데다 인접 필지 땅과 주택을 구분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경매 대상이 아닌 남의 주택과 땅을 입찰 대상으로 착각하고 경매에 참여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경매 대상의 정확한 위치부터 찾아내 입찰 목록을 확인해 보는 것이 물건 분석의 첫 단추다.

경매 부동산의 현장을 찾아 조사하다 보면 하자 있는 물건을 많이 만나게 된다. 등기부상 소유주와 대장(臺帳)상의 개별 부동산 소유주는 일치하지만, 간혹 건축을 완공했어도 지자체에 사용승인 신고를 하지 않아 무허가나 불법 증개축 부동산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동산을 낙찰받으면 소유권을 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무허가주택 소유주로서 체납금과 이행강제금 등 과태료를 물어줘야 할 수도 있다.

입찰 전 땅의 하자를 파악하지 않고 낙찰받았다가 낙찰자가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 부동산이 깔고 있는 토지가 국·공유지이거나 일부 남의 땅인 경우 그 토지에 대해 별도의 대금을 치르고 매입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단독이나 상가주택인 경우 지은 지 오래됐거나 허름한 재개발지역에 위치한 경우, 토지 소유주가 국가(또는 타인)인 경우가 있다. 이때도 별도 대금을 치르고 불하받아야 제대로 권리행사를 하거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경매로 단독주택을 낙찰받는다면 먼저 주택과 토지의 하자와 혐오시설 설치 가능성 외에 향후 가격 전망과 발전 가능성, 수급상황과 유사 개발사례를 따져 가격 상승 가능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경매 물량이 꾸준히 공급돼 수월하게 낙찰받을 수 있는 아파트도 꼼꼼한 물건 분석은 필수다. 기본적인 권리 분석 외에 대지권, 장부와 실제 표시와의 불일치 여부, 토지별도등기와 연체관리비 등을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 대지지분과 단지 규모, 임대가 비율, 지역 냉난방비 수준, 거주환경의 쾌적성과 주차 공간 등을 조사함으로써 공동주택의 투자 가치를 파악한 후 향후 잘 팔릴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조사 분석해야 한다.

 

현장 조사와 영업자 탐문이 ‘물건 분석’의 관건

물건 분석을 잘하려면 입찰 전 현장을 여러 번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방문 시 경매 부동산의 정확한 시세 파악이 관건이다. 경매 투자에서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는 가격이다. 호가나 감정가를 시세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매 부동산의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려면 매도자, 매수자 입장에서 이중검색을 하고 종목별로 시세파악을 달리 해야 한다. 부동산은 종목에 따라 각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다르고 공급과 효용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물건 분석의 방법 중 하나는 최소 3건 이상의 유사매물을 비교 분석해 가장 최근 거래 매물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급하게 매도했던 급매물 중심으로 가격을 알아내면 정확한 거래가를 파악할 수 있다. 정확한 입지와 상권분석을 위해서는 주변 영업자를 만나보면 지역 사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한 지역에서 5~10년 정도 경력을 쌓은 영업자나 중개사로부터 경매 대상지 주변의 현황과 시세는 물론 지역 개발정보를 얻어내기 쉽다.

경매 부동산의 향후 전망과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방법 중 하나는 지자체 개발정보를 얻는 것이다. 싸게 낙찰받은 후 미래 발전성을 따지는 것도 물건 분석 중 중요한 조사기법이다. 현장 답사를 통해 경매 부동산에 대해 현황을 조사한 다음 지자체를 방문해 공무원으로부터 토지의 용도와 허가사항 등 유용한 해당 부동산의 투자정보 습득도 가능하다. 지자체 도시기본계획 자료 등을 통해 부동산 투자에 유익한 정보를 선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