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출처= Money Mornin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로 치닫고있다. 아직까지는 견딜 만 하지만 계속 오른다면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유가가 70달러였던 지난 2014년 11월은 유가가 100달러 선에서 가파르게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은 가격이 곧 안정되거나 회복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계속 뛰어 들었지만 결국 2016년에 26달러로 바닥까지 주저 앉았다. 유가의 붕괴는 석유 생산자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었으며, 이 고통은 주식, 채권 및 경제의 많은 분야까지 파급되었다.

올 들어 계속되는 유가 상승은 불과 몇 년 사이에 경제 상황이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실업은 감소했고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상승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들은 글로벌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감산 전략을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공급 과잉을 줄이는데 크게 성공했다.

유가는 최근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해 여름에 비해 60% 이상 올랐고, 미국의 생산자들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유가가, 수요를 줄이지 않으면서 에너지 산업의 회복을 부추길 수 있는, 미국 경제로서는 가장 도움이 되는 범위내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록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 하더라도, 유가가 계속 상승한다면 새로운 우려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원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경제 성장을 억누를 수 있다. 휘발유나 기타 에너지 제품 가격이 높아지면 이는 세금처럼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연준으로 하여금 금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인상하도록 압력을 가중시킨다.

그렇게 되면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그렇지 않아도 무역 긴장, 채권 수익률 상승, 최근의 변동성 상승으로 인해 이미 충격을 받은 주식 시장에 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폭주하던 주요 주식 지수는 그동안 꾸준히 쌓아 온 이익을 거의 잃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은행 <나티시스>(Natixis)의 조셉 라보그나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보다 경제에서 현금 흐름을 빨리 빨아들이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칼라일 그룹>(Carlyle Group)의 제이슨 토마스 연구소장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때 에너지 부문의 재정난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가가 계속 오르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고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우리는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 특히 회복기의 경제를 말함)을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배럴당 10달러 내지 15달러가 더 오르면 완전히 벗어나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유가가 인위적으로 매우 높다!"고 썼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언급 이후 유가가 다소 주춤했지만 곧 다시 회복해 배럴당 68.38 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정책 전환이다. OPEC은 2014년에 미국의 셰일 가스 생산자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해 석유 생산을 계속 늘리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후 OPEC은 러시아 같은 비(非) OPEC 생산자들과 조율해 생산 감축으로 전환하면서 공급 과잉을 피했다.

콜롬비아 대학교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의 수석 연구원인 앙트와네 할프는 "OPEC의 어조가 바뀌고 있다. 1년 전 이들은 ‘석유 풍족의 시대’에 '감산 연장’이라는 말을 입에 오르내렸으나 지금은 ‘낮은 유가의 지속이 도전 받고 있다’는 말을 입에 담는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 호황이 핵심 변수다. 석유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과잉 재고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모두 흡수되었다. 골드만 삭스는 올 1분기가 2010년 4분기 이후 최고의 석유 수요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결국 수요를 위협 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올 여름에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휘발유 값을 지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도이치 뱅크>(Deutsche Bank)는 유가 상승이 올해부터 시행되는 저소득층 가정 감세로 인한 금전적 혜택도 상쇄시키고 가처분 소득을 깎아 먹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세금 인상과 같으니까요.”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가 상승이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전국 평균으로 갤런 당 4달러를 넘었던 2008년 최고치에는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석유 및 연료 가격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수요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유가가 아직 소비자들의 행동에 커다란 변화를 촉발할 정도로 높지는 않다는 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이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생산자가 되면, 미국 경제는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여러 면에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해외(미국 밖)의 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세일 생산자들은 더 많은 석유를 해외로 실어 나를 것이다. 국제 기준이 되는 브랜트유는 지난 20일 배럴당 74.06 달러까지 올랐다.

<베서머 트러스트>(Bessemer Trust)의 조셉 타니우스 투자 전략가는 "과거에는 (OPEC의) 공급이 제한되면 어김 없이 유가가 올랐고 미국 경제는 해외 석유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의 석유 생산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로 인해 (OPEC의 감산에도) 유가는 완만한 상승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회사들의 주가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분석가들에 따르면,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가장 비싼 부문으로 부상했다. 지난 달 에너지 회사의 주가는 거의 10% 상승했고 이달 들어서도 지금까지 1.5% 상승했다.

그러나 일부 생산자들조차도 고유가가 너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하고 있다. 에너지 기업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 Co.)의 스캇 셰필드 회장은 지난 주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 수요가 줄 것입니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요. 원유가가 70달러, 80달러까지 가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