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 20일 인천공항은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한 롯데가 반납한 인천공항 T1 면세점 향수·화장품(DF1)과 피혁·패션(DF5) 등 2개 사업권의 입찰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총 9개 유통업체(호텔롯데·호텔신라·신세계DF·한화갤러리아·현대백화점면세점·HDC신라·두산·듀프리 글로벌·듀프리토마스줄리 코리아)가 참석해 사업권 입찰에 대한 인천공항 측의 설명을 들었다. 

중국 관광객의 감소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면세점 업계 상황을 고려할 때 이처럼 국내 거의 모든 주요 업체들이 사업권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대한민국 제 1공항’이라는 인천공항의 상징성과 더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천공항 면세점이 기록한 좋은 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지난해 21억달러(약 2조33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연 이후 최대 실적이며 이에 힘입어 인천공항 면세점은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매출부문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이 면세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따라 국내 전체 면세점 업계 점유율 ‘7~8%’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점유율은 롯데가 41.9%(약 6조598억원)로 1위, 신라가 23.9%(3조4490억원) 2위, 신세계가 12.7%(1조8344억원)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점유율 수치상으로는 롯데면세점의 점유율은 신라와 신세계를 합친 것보다 높다. 그러나 최근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52.3%, 2014년 50.8%, 2015년 51.5%를 기록하며 국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 50%대 아래(48.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는 41.9%까지 하락했다. 

롯데의 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만약 신라나 신세계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가져가 최대 8%의 점유율을 높이면 ‘업계 1위’ 롯데의 자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2위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2터미널 임대료 인하 협상에서 공항이 제시한 27.9% 인하안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며 ‘점수를 따 둔’ 것은 1터미널 사업권 입찰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사업권을 반납했던 롯데면세점도 사업권 재입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설명회에 참석했다. 일련의 흐름으로 볼 때 인천공항 T1 면세점은 업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인천공항이 최근의 어려운 업계 상황을 고려해 임대료를 인하한 것은 각 업체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이번 입찰에서 인천공항은 2014년 제3기 사업권 선정 때보다 30% 가량 낮은 최저입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은 각 업체들로부터 입찰신청서를 받아 오는 6월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T1 면세점은 국내 면세점 업계 시장 점유율 7~8%가 달려있는 중요한 곳”이라면서 “특히 점유율 2위인 신라면세점이 이번 사업권 입찰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은 이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면세점 사업권이 확대됨에 따라 강해지는 구매력으로 판매 상품의 구매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인천공항과 같은 큰 사업장의 사업권 확보는 중요한 일”이라면서 “특히 최근 중국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현재 외교 상황을 감안하면 사업권 입찰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