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부터 개인용 PC인 맥(Mac)에 자체 반도체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애플에 이어 페이스북도 자체 설계에 나서는 이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이 자체 반도체 설계 팀을 꾸리는 한편, 이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리자, ASIC 개발’ 직군이며 일반적인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의 구인 광고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쏠려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인텔과 협력해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있으나, 독자 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페이스북이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플리커

페이스북의 하드웨어 전략에 힌트가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자회사인 오큘러스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가상현실을 망라하는 오큘러스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의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의 오프라인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하드웨어 기기의 핵심이 두뇌인 반도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이 자체 반도체 제작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글로벌 ICT 전자 기업들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전략에 나서는 대목도 중요하다. 구글은 이미 픽셀2 스마트폰에 자체적으로 제작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탑재했으며, 아마존도 최근 단독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태계 강화를 위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전략을 중심으로 모든 부품을 제작하는 전략이며, 페이스북도 동일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스북의 인공지능 반도체 제작이 스마트폰이나 스피커 등 일반 디바이스가 아니라 데이터 센터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애플이 마지팬 프로젝트를 통해 맥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처럼, 페이스북도 단순한 수직계열화 전략이 아니라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통한 생태계 주도권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반도체 자체 설계로 선회할 경우 인텔과 삼성전자 등 기존 반도체 강자들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텔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에서는 위탁생산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의외의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는 대만의 TSMC며, 점유율 50%를 넘기는 최강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시키며 TSMC에 대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