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TE는 차세대 모바일 인터넷 네트워크 5G 기술의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려는 중국의 두 회사 중 하나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당국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의 <NXP 반도체>(NXP Semiconductors NV)를 44억 달러에 인수하려는 계획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경고함으로써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보복 대응을 강화했다. 이로써 퀄컴은 NXP 인수에 중대한 걸림돌을 맞게 됐다.

중국의 이러한 보복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 통신 회사인 ZTE에 미국 부품 판매를 금지하고, 백악관이 중국이 미국 기술을 훔치고 있다며 중국 상품에 대해 1500억 달러 상당의 대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에 대응해 나온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의 중심에 기술 회사들이 자리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의 전략적 계획에 추가적 제한을 받을 뿐 아니라 (피차의) 거대 시장에 대한 접근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문 회사 <차이나 퍼스트 캐피털>(China First Capital)의 피터 푸르만 회장은 "중국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이는 퀄컴 같은 미국 대기업에 고통을 줄 수 있다"며 “현재의 긴장이 지난 30년 간 이어져 온 미국과 중국의 기술 무역 및 상호 의존의 역사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순간”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수 년 동안, 미국은 중국이 불공평한 수단을 통해 미국의 기술을 획득하면서 (세계 최대인) 자국의 인터넷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을 배제해 왔다고 항의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자국의 기술 업체들을 보호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전 세계 기술 회사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확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애플의 팀 쿡 최고 경영자는 지난 달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 무역 정책을 지지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퀄컴이 미국에 있어 전략적 가치를 지닌 회사라며, 지난 달 싱가포르 회사 브로드컴(Broadcom Ltd.)의 1170억 달러의 적대적 인수를 금지했다. 브로드컴은 이후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저지하면서 중국의 첨단 기술력 강화로 인해 국가 안보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더 빠르고 강력한 연결을 가능케하는 5세대(5G) 무선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

▲ 퀄컴의 NXP 인수 시도는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퀄컴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NXP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자동차용 칩을 생산하는 전문 회사이기 때문이다.     출처= The USB Port

모바일 칩 회사 퀄컴이 미국과 중국간의 기술 경쟁의 중심 위치에 오른 것도 바로 이 5G 기술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퀄컴 매출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퀄컴의 NXP 인수건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해보니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면서도 최종 승인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퀄컴은 중국 당국에 신청서를 다시 제출하고 NXP와 계약 체결 마감일을 7월 25일 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퀄컴은 현재 NXP 인수건과 관련해 전 세계 주요 8개국 독점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고, 중국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거래는 스마트폰 분야에서의 지배력을 넘어서는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퀄컴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NXP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자동차용 칩을 생산하는 전문 회사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18일, 10억 달러의 비용을 삭감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회사의 이런 해고 방침은 지난 1월, 브로드컴의 인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밝힌 비용 절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가오펑 대변인의 이번 발표는 또 중국 통신 회사인 ZTE가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위반했다며 7년 동안 ZTE에 대해 부품과 기술을 판매하지 못하게 한 미국의 조치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금지 조치가 5G 모바일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두 회사 중 하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오펑 대변인은 "미국의 조치는 중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조치는 궁극적으로 미국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은 수 천 개의 일자리가 위험하게 될 것이며 미국 기업 환경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까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ZTE에 대한 조치는  궁극적으로 미국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출처= zte.com.cn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양국의 기술 기업들의 긴밀한 상호 의존성은 기술 전쟁이 결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퀄컴은 미국의 ZTE에 대한 판매 금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여러 미국 공급 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이 금지 조치로 인해 ZTE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ZTE는 현재 안드로이드에 대한 접속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과 ZTE는 모두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ZTE는 미국의 조치가 갖는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쓰면서 분기 수익보고 발표를 연기하고 있다.

중국 주력 기업에 대한 미국의 응징은 중국인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에는 "우리는 모두 ZTE 사람들"이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식당과 상점을 돌며 시위하는 사진으로 넘쳐나고 있다.

관영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의 편집장인 후 시진은 자신의 SNS에 “미국의 조치는 5G 기술 에서 앞서 나가는 중국을 경쟁에서 몰아 내려는 시도”라는 글을 올렸다.

"중국 사회는 절대적으로 ZTE와 화웨이를 지지해야 합니다.”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 테크놀로지(Huawei Technologies Co.)는 이번 주,미국에 진출하려는 지난 수년 동안의 노력이 좌절되었으며 이후 다른 시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 통신위원회(FCC)는 이번 주에, 무선통신 사업자들이 중국 제조업체들로부터 통신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사무국도 이번 주, 클라우드 컴퓨팅 및 기타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중국의 규제에 대한 보복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텔레콤, 미디어 및 기술 컨설팅 회사인 <마크 브리지 컨설팅>(Markbridge Consulting)의 마크 냇킨 전무는 "최근에 양국 간 벌어지고 있는 모든 행위는 기싸움이며 중국은 그 점에 관한한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회사들이 경제적 및 지정학적 정책에서 미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양국 간 긴장에 휘말리지 않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