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애플이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를 공개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존 분해로봇인 리암은 아이폰6 분해만 가능했으나 데이지는 무려 9종의 아이폰을 시간당 200대 분해할 수 있다. 분해된 아이폰에서 금과 같은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애플은 이용자가 구형 제품을 반납하면 기프티콘을 제공하고, 수거한 제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기브백 프로그램도 단행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미국 환경단체인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에 제공한다.

▲ 새롭게 공개된 데이지가 아이폰 분해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애플

삼성전자도 애플과 같은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발화 논란으로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재활용이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처리 방식을 통해 OLED 디스플레이 모듈과 메모리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 재사용이 가능한 주요 부품을 분리재생하여 일부는 서비스 자재로 활용하고 나머지 부품은 매각하기로 했다. 이현숙 그린피스 동아시아 글로벌 선임 캠페이너는 “그린피스는 갤럭시노트7 부품 재사용과 재활용 약속에 대한 삼성의 후속 조치 계획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애플 데이지의 등장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애플의 기기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배터리를 고의로 저하시켜 기기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의혹을 산 대목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데이지의 등장으로 애플의 친환경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애플의 아이폰이 고객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환경파괴는 물론 비인간적인 중노동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데이지의 등장으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문제는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해 8월 아프리카 콩고 민주 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Congo)에 있는 코발트 광산에서 학대당하고 있는 8살 도산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내전 중 가족을 잃은 도산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반군이 지배하고 있는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고 있으며 살인적인 노동과 구타에 시달리고 있다. 8살 도산이 생명의 위험을 각오하고 받는 돈은 하루 2달러. 대부분의 수익은 반군이 챙기며 콩고 민주 공화국은 전 세계 코발트 생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반군이 8살 도산을 학대하며 체굴하는 코발트의 활용처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콩고 민주 공화국 등지에서 생산된 코발트는 중국의 한 대기업에 흘러 들어가고, 이들은 코발트 물량을 다국적 전자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국적 전자기업에는 애플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애플의 혁신에 환호하며 아이폰을 구입해 예쁜 카페에 앉아 '셀카'를 찍고 있을 때, 바다 건너 콩고 민주 공화국의 8살 도산은 피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걸고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2010년 제정된 도드 프랭크법 덕분에 분쟁광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이폰의 눈물은 중국에도 흐르고 있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의 폭로에 따르면 아이폰 제작사 폭스콘의 노동자 착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단순 반복 작업을 해야하며 노동자 한 명이 하루 평균 1700개의 아이폰을 조립한다.

폭스콘의 악명이 커질수록 미국인들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폰아레나는 지난 2월 여론조사업체 조그비(Zogby)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20대 기업에 폭스콘이 포함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폭스콘 노동자들의 자살사건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1월 중국 장저우의 폭스콘 공장에서 31세 노동자 리밍이 기숙사 건물 12층에서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2012년 노동자 150명이 우한 공장 옥상에서 노동착취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한편, 2010년 한 해에만 무려 1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폭스콘은 노동자들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하는 한편 옥상에 투신 방지용 안전망을 설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나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폭스콘은 지난 1월 리밍의 죽음에 대해 지금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2014년 팀 쿡 애플 CEO는 폭스콘을 방문해 노동자들과 환하게 웃는 사진을 찍었다.

▲ MWC 2018에서 그린피스 회원들이 친환경 스마트폰 제작을 촉구하고 있다. 출처=그린피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 기간, 그린피스는 현장에서 환경 친화적 스마트폰 생산을 업계에 요구하는 게릴라 캠패인을 벌였다. 스마트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세계 최대 통신의 축제에 새겨진 환경단체의 경고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전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