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필명 드루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기사 댓글을 왜곡시키고 여론조작을 벌였다는 혐의로 구속되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번 드루킹 사태를 기점으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과 언론 비즈니스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 곳곳에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매크로 방지책이다.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어려워도 방지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드루킹 사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 언급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서  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크로 방지 대책을 빠르게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민감한 여론조작 논란을 최대한 막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인링크 방식의 뉴스 공급제도를 아웃링크로 변경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인링크는 포털 내부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는 방식이며, 중앙집권적 시스템의 전형이다. 만약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네이버 하나만 겨냥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는 리스크는 크게 분산시킬 수 있다. 

정치권에서도 네이버의 매크로 프로그램 방지 대책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 18일 "네이버 등이 아웃링크 방식도 고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포털의 아웃링크 방식 의무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이 콘텐츠 노출을 모두 아웃링크로 돌릴 경우 트래픽이 급감해 매출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아웃링크 변신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뉴스 콘텐츠 노출은 다른 콘텐츠에 비해 트래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트래픽 하락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뉴스 섹션만 아웃링크로 돌리는 방안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구글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콘텐츠 노출을 지원한다.

네이버가 모든 콘텐츠를 아웃링크로 바꾸면 숱한 비판을 받던 '폐쇄형 생태계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이 역시 트래픽 급감은 피할 수 없지만 '진정한 포털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댓글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댓글 조작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성 시간을 조정하거나 하루에 공감, 비공감을 누를 수 있는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이미 단행되고 있는 조치지만 추가적인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드루킹 사태를 통해 거대 포털의 존재에대한 회의적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이 구글의 공습을 막으며 토종 플랫폼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성공했지만, 국내 시장 장악력이 지나치게 높아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중앙집권형 거대 포털이 군림하고 있는 국내 ICT 업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언론사의 자정의지도 필요하다. 포털에 등록되기만 바라며 질이 떨어지는 어뷰징 기사만 남발하고 있는 현 상황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한국의 모든 뉴스는 포털을 통한다”면서 “이용자들은 연관뉴스를 따라가거나 대중의 관심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일종의 저비용 고효율 뉴스소비형태, 자본주의 형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언론들이 포털의 품에 안기려 노력하며 서로 경쟁하고 있다”면서 “포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드루킹 사태 등을 거치며 재발방지 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으나,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스포츠 콘텐츠 조작 사건을 거치며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이다. 초유의 데이터 유출 사고로 의회 청문회에 등장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사례를 참고해 이해진 창업주 등이 전면에 나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창업주는 네이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다음달 1일부터 네이버의 총수로 간주된다. '은둔의 사업가'에서 '적극적인 소통 경영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