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 ZTE에게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한 가운데, 최대 희생자는 퀄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ZTE는 지난 2017년 3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적용되어 있다. 직후 ZTE는 관련 임직원 징계와 임금삭감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중국 내 대부분의 기지국 칩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부품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ZTE에게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를 금지한다는 처분이 내려진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화웨이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 시도가 무위로 끝난 후 ZTE마저 철퇴를 맞자 중국 상무부가 반발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는 19일 브리핑을 통해 "미국의 방식은 자기의 발등을 찍는 행위"라면서 "부디 함부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수석은 20일 미국의 ZTE 제재에 동참한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며 "자유무역을 수호해야 한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 중국 ZTE 제재가 퀄컴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처=갈무리

ZTE 처분은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다이제스트 ICT는 20일 "미국 정부의 제재는 현지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특히 퀄컴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제품 중 최대 10%가 ZTE에 판매되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의 칩 기술력은 미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 막대한 자금력으로 간격을 빠르게 좁히는 중이다. ZTE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지 못하면 당분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자본의 힘을 통해 미국 기업을 추월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보복대응을 하면서 퀄컴의 NXP 합병 승인이 처리되지 않는 대목도 부담이다. 퀄컴은 반도체 역사상 최대 금액인 440억달러를 투입해 NXP 인수에 나서고 있으나 중국 독과점 규제 당국의 승인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근 퀄컴은 NXP와의 계약 기간을 3개월 늘리며 중국 독과점 규제 당국만 오매불망 바라보는 중이지만, 확실한 '결단'은 내려지지 않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두 나라의 ICT 전자 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ZTE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며 바짝 긴장하는 중이며,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중국 정부가 자국 시장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를 금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