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y(Five Loaves and Two Fishes), 194×130㎝ Mixed Media on Canvas, 2002

손문자 작가가 이 다양한 주제를 구성할 때 특질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기법과 색채의 반복적인 중첩이 그의 주요한 무기이다. 그는 샤갈처럼 항상 데셍이 먼저였고 색채는 나중에 반복적으로 칠한다. 마티스처럼 직접 색채로 구성하지 않음으로 색채의 조화가 적절하게 이루어진 부드러운 색채 효과를 얻는다.

그의 이 대표적인 구성적 양식들은 사실성을 피하면서 생명감과 기쁨으로 용해된 신앙심과 만나면서 더욱 그 격조를 더하고 있다. 그 구성의 형식들은 대부분 기하학적 형태를 통하여 나타난다. 평면을 고집하면서도 분할된 순수한 도현과의 조합으로 그의 작품은 마치 잘 직조된 타피스트리를 보는 듯 따뜻하고 정겹다.

▲ The Way(Three Gifts form the East), 116×91㎝, 2002

성서 속의 주제에 연연하지 그림을 맞추지 않고 인물 표현도 신선하다. 사실적인 형상을 취하기보다는 스펙트럼처럼 면으로 나뉘어 세련된 색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회화의 본질적인 조형 요소를 중요시하여 장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형태와 색채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전적으로 장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종종 인용되는 꽃 모양은 이런 이미지들을 충실하게 더하여 준다. 손문자(ARTIST SOHN MOON JA, 孫文子)작가는 표현형식에서 전 톤적인 회화의 조형원리인 원근법을 배제하기도 한다. 단순한 면과 색채로서 형태의 본질을 비유속에 일치시키며 성스럽게 주제를 꽃피워 낸다.

그래서 점, 선, 면, 색과 같은 순수 조형요소와 색채를 섞어 격조 있게 구성하는 특기는 그의 회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읽혀진다. 기하학적인 선과 색채로 사람의 형상을 추상화한 그의 작업은 그리하여 ‘추상화된 구상화’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 The Way(The Song of Moses), 116×91㎝, 2002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은 국내 화단의 경향을 따르지 않으며 누구의 화풍도 흉내 내지 않은 고유의 표현세계를 가진 작가로 평가된다. 특별히 타원형과 반원형으로 처리된 사람의 얼굴, 그 제 각각으로 살아있는 표정과 입체적 자세들이 그의 그림이 지행하고 있는 온화함과 포근함으로 대변되는 평안을 가져다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가 그리는 그림에 온전하게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 첫째는 그가 그리는 그림이 혹시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거나 왜곡 시키지 않을까 하는 말씀 전달에 따른 두려움이다. 그는 그림이란 어쩌면 우리를 위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전령자의 노래처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그가 진정한 예술행위를 통해 그림을 그릴 때 그것이 한없는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보면 복음이라는 것은 증인만이 할 수 있는 사역이다. 여류화가 손문자에게 있어서 사역이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그림으로 옮기는 일이다. △글=김종근(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