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y, 45×45㎝ Mixed Media on Canvas, 2000

인체에서 꽃으로 소재가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형상 또한 단숨에 변화하였다. 현재의 미술사조는 ‘주의(-ism)’라는 역사적 산물로 규정된 반면, 오늘날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당시 격변의 지점은 지금 화가들의 수많은 작품을 통해서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 130×194㎝

손문자(ARTIST SOHN MOON JA)작가의 작품 전반에 걸쳐 확인되는, ‘인체에서 꽃으로의 소재 변화’와, ‘색면 분할에서 화면 기획을 통한 드로잉으로 전환’ 등 급진적인 변화의 지점처럼 말이다.

▲ 162×259㎝

손문자 작가의 이러한 작품 경향은 회화라는 장르 자체를 이해하는 지표가 된다. 회화는 예술 장르 중에서 조형성과 색채를 기준으로 봤을 때 변화의 지점이 뚜렷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캔버스와 유화물감이 이룬 역사는 현재까지 다양한 미술사조로 존재한다.

▲ 45×53㎝

손문자(孫文子)작가의 작품에서도 두드러진 입체주의는 20세기 초 피카소와 브라크 등이 시도한 기법인데, 추상미술의 전신으로서 현대미술 전환기를 맞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회화에서 소위 ‘현대적’이란 표현은 독특한 관점과 독창적인 조형성이 기반이 되어 캔버스를 장악한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역시 손문자 작가의 작품은 현대적으로 변모하였다.

▲ “모처럼 화장과 머리를 하여 촬영한 사진이라 그 후에도 이 사진을 여러 번 활용했다”라고 말한 여류작가 손문자.

하지만 여류화가 손문자의 작품을 어떤 사조와 연관시켜 바라보는 것은 의미 없는 것일지 모른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세계 50여 년을 꿰뚫는 하나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형상과 소재가 달라져도 한 결 같이 전해지는 순수한 조형감각은 그리스도교에 기초한 영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글=박정원(미술세계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