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멋진 발견> 김철수 지음, 더퀘스트 펴냄

 

“엘리베이터가 더 빠르면 좋겠어요.” 이런 소비자 불만이 나오면 제조업체는 엘리베이터의 기계적 장치부터 개선하려고 한다. 하지만 속도를 아무리 높여도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긴 힘들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내부에 거울을 한 장 붙인다면 불만이 크게 잦아들 수도 있다. 실제로 거울을 보며 화장을 살피고 옷매무새를 다듬다 보면 낡은 엘리베이터도 너무 빠르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소비자는 본의 아니게 진짜 욕구를 꽁꽁 감춰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기존 불편에 이미 익숙해진 탓도 있다. 이처럼 잠재되어 있는 욕구, 혁신의 대상이 될 만한 지점을 ‘언메트 니즈(Unmet Needs)’라고 부른다. 저자는 ‘언메트 니즈’를 만나기 위한 3가지 전략으로 관점의 전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대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관찰 등을 제시한다. 소비자가 겉으로 드러내는 기능적 니즈(Functional Needs)를 넘어 속에 감춰둔 심리적 욕망(Mental Wants)까지 들춰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하나같이 빅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시장 속으로 뛰어들어야 마침내 눈에 보이는 해법들이다.

▲터키의 택배 불만=SK플래닛의 ‘11번가’가 터키에 진출했을 때 소비자와 온오프라인 셀러 모두 “택배가 너무 늦게 도착해 짜증난다”고 불만이었다. 언메트 니즈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불만의 원인은 주문 후 2~3일 걸리는 배송이 아니었다. 터키에는 한국의 아파트 경비실 같은 택배물품 보관장소가 없어 터키 소비자들은 배송예정일에는 하루 종일 집에서 대기해야 했다. 11번가는 정확한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데 혁신의 초점을 맞춰 물류 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해 효과를 봤다.

▲맥도날드 밀크셰이크 대책=맥도날드는 밀크셰이크 매출을 높이려고 기존의 마케팅 방법들을 구사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컨설팅을 맡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팀은 맥도날드 매장을 18시간 동안 관찰했다. 손님이 몇 시에 몇 명이 방문하는지, 손님들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다른 음식을 함께 사는지 등 정보를 기록했다. 그 결과 밀크셰이크는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이전 판매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대부분 추가주문 없이 밀크셰이크만 구매했고, 매장에서 먹지 않고 곧장 차로 가져갔다.

다음날에는 매장 밖에서 밀크셰이크 구매고객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알고 싶었던 것은 고객들이 어떤 목적으로 밀크셰이크를 고용(구매)하는지였다. 밀크셰이크의 역할(Job)에 대한 질문이었다. 고객들은 맥도날드에 밀크셰이크가 없다면, 바나나를 대용으로 삼거나 도넛 초콜릿 바 베이글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나나는 1분이면 먹어 없어지고 1시간 안에 소화가 돼버리며, 도넛이나 초콜릿 바 베이글 등은 맛이 없거나 운전하면서 먹기에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밀크셰이크는 점성이 크고 빨대를 이용해 훨씬 오래 먹을 수 있으며, 출근길의 지루함과 운전할 때 비어 있는 한 손의 허전함을 채우기에도 좋았다. 밀크셰이크는 먹는 데 23분 걸리고, 2시간여 포만감을 유지시켜줘 아침 대용으로도 충분했다. 졸음운전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됐다.

관찰 결과를 토대로 맥도날드는 아침 고객을 위해 카운터 안쪽에 비치돼 있던 밀크셰이크 머신을 카운터 앞으로 옮겨 최대한 신속하게 밀크셰이크를 주문·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점성을 높여 더 오래 먹을 수 있게 했다. 밀크셰이크의 매출은 7배나 올랐다. 밀크셰이크의 경쟁자는 버거킹 밀크셰이크가 아니라 바나나 베이글 도넛이었다.

▲오랄비 어린이용 칫솔=오랄비는 칫솔질을 꺼리는 어린이용 칫솔 개발을 원했다. 혁신컨설팅기업 아이디오는 양치질 관찰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십년 동안 어린이 칫솔은 어른 칫솔을 축소한 형태였다. 그런데 어른들은 두세 손가락으로 칫솔을 붙들지만, 아이들은 주먹으로 꽉 잡고 양치질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작기 때문이다. 오랄비는 손잡이가 어른 칫솔보다 더 굵고 재질은 말랑말랑한 어린이용 칫솔을 내놓았다. 그러자 어린이들은 이 칫솔을 오래 가지고 놀고 싶어 했다. 덕분에 칫솔질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