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동수 기자]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에선 두 정상이 지난 1951년 체결됐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이번 정상회담 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다. 평화는 교류의 시발점이고 교류는 경제개발과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화는 닫혀 있던 시장을 열고 새로운 기회비용을 창출해 낼 수 있다. 물론 손익계산도 치밀해야 한다. 이제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경제협력 플랜을 준비하고 가동해야 할 때다.

현재 알려진 바로 북한은 비핵화까지 수용하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 가정이긴 하지만 남북·북미 간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다음은 경제교류일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주체사상에 명시된 대로 인민의 행복한 삶은 경제발전을 통해 더욱 윤택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한 경제협력 경험이 있다. 이미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쌀·비료·의약품 등을 포함한 인도적 물자지원과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 경험이 있다. 이미 10년 전 단절된 일들이다.

이제 2008년 이전을 떠올려선 안 된다. 적어도 남북경제협력에 있어선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한의 햇볕이 그늘로 바뀐 이후 중국 경제발전에 따른 온기와 제3세계들과 교역을 통해 성장했다. 이집트 통신사가 투자해 이미 300만명이 넘는 평양과 그 주변 사람들은 핸드폰을 갖고 다닌다. 이미 알려진 대로 북한의 장터인 ‘장마당’은 살아 숨 쉬는 자본주의 교육장이다.

북한과 경제교류를 위한 새로운 산업 육성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야 한다.

지난 1997년 인도 출신 미국 미시간대 교수였던 고(故) C.K 프라할라드는 하루 생활비 2달러 미만의 계층을 의미하는 ‘BoP(Bottom of the Pyramid, 저소득층)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유엔 경제사무국의 집계를 보면 현재 세계 인구는 75억5000만명, 이 가운데 1인당 연간 소득 3000달러 이하 저소득층은 53%에 이르는 40억명이다. 북한 동포들 역시 모두 이에 속한다.

고(故) 프라할라드 교수는 2000년대 초반 ‘BoP시장’이 미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국내 산업계에선 ‘BoP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다 2010년 이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북한과 경제교류가 본격적으로 끝난 시점부터 BoP시장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은 우연일까.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BoP시장을 지근거리에 보유하고 있다.

마침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와 차별화 포인트로 중기벤처부를 꺼내들었다. 중기벤처부의 중장기계획에는 대기업 하청구조의 중소기업들의 수출제품 다양화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포함돼 있다.

남북한 평화무드가 조성된다면 따뜻한 온기가 국내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선결요건은 있다. 연소득 3000달러 미만 ‘BoP시장’에 대한 정부와 우리 기업들의 관심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BoP시장’에선 럭셔리 가전보다는 보급형이, 대형 승용차보단 중소형 승용차가, 고급 원단 제품보단 맵시 좋은 나일론 제품이 더 각광받을 수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이고 북한을 교두보로 전 세계 40억명에 이르는 BoP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도 있다.

독일인들은 신약 성경 예수의 재림 구절에 빗대 ‘통일이 도둑처럼 왔다’고 말하곤 한다. 예행연습이 있었던 준비된 통일맞이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통일도 눈 앞에 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첨단 산업에만 매달려 있다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써야 할지 모른다. 문재인 정부가 ‘BoP시장’을 염두에 둔 맞춤형 산업육성 계획과 지원방안을 하루 빨리 정립해야 할 이유다. 남한 입장에선 BoP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중소기업 수출활로 개척으로 실업률과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