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8일 최저기온이 영하 5~1도로 내려가면서 발생한 농작물 냉해 피해가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한 과수원의 배꽃이 냉해를 입어 검게 변한 모습.제공=울주군청

[이코노믹리뷰=최재필 기자] “올해 농사는 망쳤죠.”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배 농사를 짓는 이 모(62, 여)씨는 최근 이상저온 현상으로 냉해를 입어 암술이 검게 변한 배꽃을 본 뒤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냉해 피해를 입은 꽃들은 모두 다 떨어졌다”면서 “현재 나무에 달려 있는 꽃들도 기형이 많다. 이럴 경우 열매가 잘 크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1만6528㎡(5000평, 1.65㏊) 규모의 배 농장 가운데 80%가량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4월 초 이상저온 현상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심화하고 있다. 최초 피해 규모 조사 후 일주일 새 피해면적이 3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배나 사과 같은 과수류의 경우 현재 육안으로 저온피해 확인이 불가능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8일 최저기온이 -5도~-1도로 내려가는 저온현상으로 발생한 과수 등 농작물 피해면적은 19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6121㏊(17일 기준)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10일 조사된 피해면적(2176㏊)보다 불과 일주일 새 2.8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272㏊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고, 전북 1218㏊, 경북 1071㏊, 경기 823㏊, 경남 601㏊, 충남 509㏊, 울산 373㏊ 등의 순이었다.

농작물별로는 배·사과 등 과수에 집중됐다. 과수는 전체 피해면적(6121㏊)의 82.4%인 5046㏊였고, 인삼·담배 같은 특용작물이 762㏊, 전작물(감자·옥수수) 194㏊, 채소 119㏊로 조사됐다.

과수 중에서는 배의 피해면적이 2969㏊로 가장 많았고 사과 969㏊, 복숭아 332㏊ 순이었고, 과수를 제외한 농작물 중에서는 인삼이 705㏊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과수의 경우 어린 과일이 맺히는 5월까지 정밀조사를 마친 뒤 피해 규모를 알 수 있는데, 현재로선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과수의 경우 개화기에 이상저온으로 암술이 고사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수정 불량으로 결실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 씨도 “농협 조사단에서 꽃을 세로로 절단해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데, 꽃이 달려 있더라도 기형으로 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피해 산정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수치상 드러나지 않는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전국 각지에서 농작물 저온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농작물 복구비와 재해보험금 등 다각적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피해 농작물 복구를 위한 농약대와 대파대는 지난해 말 인상된(평균 3배) 지원단가를 적용해 지원한다. 피해 정도에 따라 ㏊당 농약대(과수류) 176만원, 대파대(엽채류) 410만원을 지원하고, 피해 규모가 50% 이상인 농가에는 생계비·고등학생 학자금 지원과 영농자금 상환연기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아울러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과수 피해농가에 대해 보험금을 조기에 지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