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일본 중앙은행(BOJ)의 장기 국채 매입규모가 양적완화를 실시하기 이전 수준으로 둔화됐다. 지난달 일본은행의 국채 증가 규모는 49조4120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개월 연속 보유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국채 매입 규모가 지난 2013년 양적완화를 선언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취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은행이 ‘스텔스 테이퍼링’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은행의 장기채 국채 증가 규모는 전월보다 49조4120억엔(약 4610억달러)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 규모로 보면 지난해 2월 이후 13개월 연속 증가 폭이 줄어들고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3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취임 이후 양적완화를 천명하고 매년 수십조엔에 달하는 국채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당시 구로다 총재는 “자금공급량을 2년 내 두 배로 키우겠다”면서 50조엔의 국채 매입 목표치를 80조엔으로 크게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자금공급량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은행이 엔화 발행이나 국채 매입에 투입해 시중에 푼 자금공급량은 전월보다 4.1% 줄어들며 2012년 11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기준 일본은행의 전체 국채 보유액은 426조5600억엔으로 전월보다 3조3900억엔 감소했다. 미즈호증권에 따르면 이는 월별 기준으로 2008년 6월 이후 10년여만에 가장 큰 감소 규모다.

일본은행의 자금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일본이 ‘스텔스 테이퍼링(물 밑에서 조용히 진행하는 양적 완화 축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조용히 자금 공급량을 줄이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일본의 테이퍼링은 아직 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4월 정책위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목표량을 기존의 80조엔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약 일본은행이 매입 규모를 대폭 줄인다고 공표한다면 엔화 가치 급등, 주가 폭락 등 시장 충격이 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까지 일본은행 정책위원회에 참석한 타카히데 키우치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일본은행이 자금공급량을 줄이고 있다는 지표가 공개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 우려에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통화량을 늘리는 일) 옹호론자들로부터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