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대형 스타트업의 올해 채용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되어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은 구직자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는 총 15만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15만명이라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 중 2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올해 구직 단념자도 무려 52만340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이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어 구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30대 대기업 중 19곳이 3분기와 비교해 채용규모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대기업 총 채용 규모는 지난해 3분기 53만4148명에서 4분기 53만3174명으로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스타트업들이 채용 규모를 늘리며 구세주로 등장했다. 대기업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스타트업들이 채용규모를 늘리는 것은 구직자들에게 단비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700명의 직원 수준을 올해 11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총 매출 1626억원, 영업익 217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성장에 방점을 찍고 공격적인 인재채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까지 공개하는 등 단순 배달앱에서 푸드테크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우수한 인재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근무환경이 쾌적하기로 유명하다. 지난해 3월 송파구 방이동의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했고, 그 과정에서 직접 인테리어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했다는 설명이다. 직원들은 각자 업무 스타일에 맞게 자신의 지정석이 있는 ‘워크 스페이스 (Work Space)’와 ‘코워크 스페이스’를 자유롭게 오가며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국제적인 디자인 시상 프로그램인 ‘2018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사무공간 부문 위너(Winner)로 선정된 이유다.

▲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은 재기발랄한 공간구성으로 명성이 높다. 출처=배달의민족

배달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알지피코리아도 대규모 채용 계획을 19일 발표했다. 올해 1분기 100명을 채용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추가로 150명 규모의 직원을 채용한다.

푸드플라이 라이더를 합치면 올해 250명 가량을 채용한다. 개발자를 중심으로 테크본부 40여명, 세일즈본부 50여명, 서비스운영본부 20여명, 마케팅과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직군에서 40여명을 채용하며 푸드플라이 확대를 위해 라이더 등 100여명도 채용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알지피코리아 직원은 총 600명이며, 올해 말 850명 이상이 될 전망이다.

알지피코리아의 좋은 근무환경도 정평이 났다. 이미 오전 10시 출근 오후 7시 퇴근제를 단행하고 있으며 4월 둘째 주부터는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금요일 조기 퇴근제도 있다.

이 외에도 개인 일로 출퇴근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경우에는 직원이 매년 5일의 재택근무 제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휴일이 샌드위치처럼 겹칠 때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전사 샌드위치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출산 등 가족친화제도를 인정받아 여성가족부로부터 ‘2017년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됐고 남녀 모두 자녀가 100일이 될 때까지 1시간 유급 단축근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 임신한 여성 임직원을 위한 2시간 유급 단축근무 제도도 알지피코리아의 자랑이다.

▲ 알지피코리아가 근무 단축 실험에 나섰다. 출처=알지피코리아

숙박앱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은 총 200명 규모의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개발, 디자인, 기획 등 R&D(연구개발)부문을 비롯해 사업, 경영지원, HOTEL여기어때 부문이다. 빅데이터, 인프라, 백엔드, 프론트엔드, 정보검색 등 R&D 분야 엔지니어도 채용하며, 엔지니어의 초봉은 5000만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어때의 사내복지는 대기업 뺨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4월2일부터 주 35시간 근무를 시작했으며, 전 구성원은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점심식사 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소위 4.5일 근무제를 도입했으며 직장인 월요병 방지정책으로 불린다.

▲ 여기어때의 개발자 채용 광고판이 걸려있다. 출처=여기어때

스타트업계에서는 이례로 전용 구내식당을 만들어, 메뉴선택과 식비(모든 식대 무료)에 대한 고민을 없앴다. 여기어때의 구내식당은 전용 셰프가 요리하며,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맛집 수준이다.

지난해 4월 서울 가산동에서 삼성동 신사옥으로 터를 옮기며 근무환경에도 변화를 줬다. 직급을 없애고 영어호칭을 사용하며 사유란 없는 전결 연차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직원 무제한 도서 구매제도도 있다. 직원이 여행을 갈 경우 50만원 상당의 숙박 포인트도 제공한다.

여기어때의 파격적인 사내복지는 성과로 나왔다. 2016년 영업적자 141억원을 기록했으나 주 35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난해 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쟁사 야놀자는 올해 300명 이상을 채용한다. 연구개발이 핵심이다. 야놀자는 지난해에도 연구개발 조직을 중심으로 경력 및 신입 직원 280여명을 충원, 전년 대비 고용증가율 32.5%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연구개발 핵심인력 100여 명을 포함해 10여 개 직군, 총 300명 이상을 채용할 계획이다.

복지도 수준급이다. 부서별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는 한편, 중∙석식을 무한 제공하고 전국 제휴처에서 사용 가능한 ‘야놀자 100만 포인트’를 지급한다. 탁구장, 클라이밍, 배트민턴장, 샤워실, 안마기 등을 갖춘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비∙도서구입비∙건강검진비∙회식비∙생일축하금과 경조사비 지원, 근속자 포상, 카페테리아 음료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한다. 야놀자는 본사 건물에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앱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과 경쟁사 직방도 올해 의미있는 수준의 채용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인 데일리금융그룹은 상시채용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직원복지도 훌륭하다. 모든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직원 스타크래프트 게임대회부터 치맥파티, 재즈밴드 공연 등 다양한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2명의 전문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사내카페 D라운지가 있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으며 여성전용 휴게실도 구비되어 있다.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휴게공간은 물론, 책방도 운용하고 있다.

▲ 데일리금융그룹의 사내 재즈공연이 열리고 있다. 출처=데일리금융그룹

대형 스타트업들은 채용규모를 늘리고 대기업 이상의 사내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구직자들이 스타트업의 화려함에만 눈이 멀면 '핵심'을 보지 못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열풍이 불며 스타트업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스타트업은 야근도 잦고 대부분의 업무를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면서 "스타트업도 고급인재 채용에 나서는 추세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