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해외 계열사 카카오재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올해 초 유치한 해외자금 1조원 중 일부인 800억원으로 보통주 32만9104주를 취득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15일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하기로 공시하고 싱가포르를 비롯한 홍콩, 뉴욕, 런던,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금융시장에서 해외 로드쇼를 개최했으며, 투자자 미팅이 총 55회까지 늘어나는 등 좋은 반응과 함께 1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그 중 800억원을 카카오재팬에 투자하며 글로벌 사업 동력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재팬이 운영하고 있는 픽코마가 출시 2년 만에 일본 만화 시장 '돌풍의 핵'으로 부상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카카오가 픽코마를 보유한 카카오재팬에 힘을 실어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서려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재팬의 상장이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17일 국내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상장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말로 상장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 카카오가 카카오재팬 유상증자 참여 등을 결정했다. 출처=카카오

콘텐츠 산업 강화를 위한 조치도 이어진다. 카카오는 자회사 포도트리에 카카오페이지 사업 부문을 1000억원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픽코마의 성장으로 카카오의 콘텐츠 비즈니스 가능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에서 포도트리에 카카오페이지를 맡겨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지를 포도트리에 넘기는 대신 포도트리 289만4189주를 취득하게 된다.

카카오는 "포도트리가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더 책임있는 서비스 운영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공동체의 콘텐츠 사업을 전담해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체계에서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도트리는 카카오의 콘텐츠 허브다. 픽코마의 킬러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는 카카오페이지에 적용된 모델이며 픽코마의 성장에 포도트리가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 중심에 카카오 콘텐츠 사업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가 있다. 카카오는 "포도트리 관계자가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픽코마의 성공을 돕는 등 크게 보면 이 대표의 손에서 콘텐츠 글로벌 전략이 빛을 발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재팬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와 높아진 포도트리의 카카오페이지 장악력은 카카오의 콘텐츠 전략이 조금씩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택과 집중도 단행됐다. 카카오는 공시를 통해 키즈노트를 카카오 자회사에서 카카오 인베스트먼트 자회사로 이동시켰다. 현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키즈를 운영하는 블루핀의 최대주주다. 부상하고 있는 키즈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산하에 키즈노트와 카카오키즈의 역량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키즈노트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알림장 서비스를 단행하고 있으며 2015년 카카오에 인수됐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블루핀 지분 51%를 인수하며 카카오키즈를 출범시켰으나 키즈 시장에서 뚜렷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영유아 산업에 방점을 찍고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상당한 시너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즈노트와 카카오키즈를 동시에 운영할 카카오인베스트에 대한 700억원의 유상증자도 단행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의 투자전문회사로, 카카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힘을 실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카카오뱅크의 주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실권주를 인수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의 증자액은 1540억원 규모며 보통주 400만주와 전환우선주 2680만주 등 총 3080만주다. 보통주는 기존 주주로서 배정된 수량이며, 전환우선주는 한국투자증권의 실권주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기존 10%에서 18%로 올라간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으며 휘청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86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58%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한 카카오뱅크의 '스텝'이 꼬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카카오가 한국투자증권의 실권주를 빨아들이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기존 의결권 지분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