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중국의 한 쓰레기 집합장.     출처= Japan Times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다. 많은 국가들이 이를 당연히 여겨옴에 따라 올해부터 24가지 유형의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중국의 갑작스런 결정에 온 세계가 허둥대고 있다고 <CNBC>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이 수입을 금지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전 세계의 폐기물 수출업자들은 여전히 중국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갖가지 아이디어들도 나오고 있다. 유럽 연합은 플라스틱 사용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은 일부 쓰레기를 동남아시아로 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수입 금지 해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 중 어느 것도 폐기물 관리 분야의 새로운 세계 질서를 찾기 위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영국, EU, 일본은 대부분의 자국 쓰레기를 중국에 수출해 왔다.

컨설팅 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반’의 네일 왕 중국 지사장은 “이들 4개국 쓰레기 수출업자들에게 중국의 쓰레기 수입 금지는, 쓰레기를 처분해야 하는 주요 창구가 갑자기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는 짧은 시간 안에 예기치 않은 문제에 부딪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단기적으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요 쓰레기 수출업체들은 여전히 출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요.”

중국, 더 이상 쓰레기 처리장 아냐

중국은 쓰레기 수입 금지를 발표하기 전까지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해 왔다. 국제 환경보호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에 따르면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가장 많이 할 때는 1년에 9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했다.

중국은 1980년대에 폐기물을 수입하기 시작하며 제조 부문의 성장을 촉진했다. 이로 인해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산업이 전반적으로 성장했지만, 폐기물의 부적절한 처리와 느슨한 감독으로 나라를 최대 오염 국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현재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대기, 수질 및 토지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 하에서 오염을 일으키는 공장을 수만 개나 폐쇄했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적극 확대하며 이제 녹색 금융 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시카고대학교가 지난 3월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대기 오염 수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세계 표준을 여전히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에 발표하고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24가지 유형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는 환경보호단체들에 의해 글로벌 친환경 노력의 개가라며 큰 환영을 받았다. 중국은 이번 금지 조치가 중국을 깨끗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자신들의 쓰레기를 더 잘 관리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라스틱의 사용에 반대하는 그린피스 동아시아의 류화 운동가는 금지령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이번 조치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며, 많은 국가들이 그동안 ‘눈에 안 보이면 잊어버린다’는 안이한 태도를 시정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말하고, 중국의 조치가 “세계를 일깨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중국의 조치로 인해 선진국에서도 투자자들이 재활용 사업에 참여하도록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선진국들은 폐기물을 버리는 다음 장소를 찾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실천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      출처= 워싱턴포스트(WP) 캡처

미국의 반대 주장

워싱턴의 ‘스크랩 재활용 산업 연구소’(Institute of Scrap Recycling Industries)는 중국이 쓰레기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이전에 중국 제조업체들이 사용해온 가공 재료인 ‘스크랩 품목’까지 금지했다고 항변했다.

이 연구소는 이 가공 재료는 환경 친화적이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소의 로빈 위너 대표는 그런 스크랩 품목마저 수입 중단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환경에 더 해로운 물질을 사용하는 중국 공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괄적인 수입 금지가 중국 제조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소중한 에너지 절약적 스크랩 품목의 흐름까지 막게 되면, 미국의 재활용 자재들이 그냥 매립지에 묻힐 뿐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체들도 생재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돼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하게 될 것입니다.”

위너 대표는 또 중국의 세관 공무원들이 이 금지령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일관성이 없었던 사례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 중국에 56억달러 상당의 스크랩을 수출한 미국은 지난 3월 중국에 금지 조치를 ‘즉각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의 이런 접근 방식이 원래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물러서지 않는 중국

중국은 미국이 제기한 우려를 인정하면서 “폐기물 수입의 범주를 추가 조정할 것”이라면서도, 금지 조치를 철회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관영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가 보도했다.

중국 세관의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종이 및 금속을 포함한 고형 폐기물의 수입은 1월 금지령에 따라 2018년 1분기에 5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쓰레기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쓰레기가 이들 국가로 전환되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동남아국가들이 중국의 공백을 모두 채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의 로렌스 로 교수는 “동남아시아는 거의 매년 산불로 인해 대기 오염 문제를 겪고 있어 쓰레기 수입을 원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들 동남아 국가들이 폐기물 수입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는 있지만 각국의 로비 활동으로 수입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장기적 차원에서 근원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북미와 서유럽은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명확하고 의식적인 노력을 취해야 합니다. 폐기물을 버리는 다음 장소를 찾는 것보다, 선진국들은 지속 가능한 실천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줄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