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 이전한 '포지오티닙'이 다양한 암종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한미약품이 개발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SPECTRUM)에 기술 이전한 내성표적 항암 신약인 '포지오티닙'이 폐암 외 다양한 암 종류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지난 10일과 18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학회(AACR)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포지오티닙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스펙트럼은 10일에는 EGFR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진전된 임상 2상 결과를, 18일에는 HER-2 엑손20 유전자 변이가 발현된 양성 재발성 비소세포폐암과 고형암 분야에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EGFR(암 세포의 성장과 관련한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하는 수용체)와 HER-2 엑손20 유전자가 변이된, 두 가지 유형 모두에서의 난치성 암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어서 향후 포지오티닙이 다양한 암종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type2)은 신호전달을 통해 세포 성장 및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과잉 발현하면 유방암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엑손20 유전자 변이는 유전자의 염기 배열 중 단백질 합성 정보를 가진 엑손이라는 부분에서 20번째 유전자가 변이되는 것을 뜻하며, 이 같은 변이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10%에서 나타난다. 현재까지 엑손20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없다.

임상종양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의 존 헤이맥(Heymach) 교수는 기존에 진행한 EGFR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의 임상 2상 중간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헤이맥 교수는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ORR(객관적반응율, 사전에 정의된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은 20~30%였으나, 첫 환자 11명에서 확인한 포지오티닙의 ORR은 매우 고무적인 수치인 64%로 나타났다”면서 “이후 6.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PFS(무진행생존기간, 의약품을 복용하는 동안 종양의 크기가 변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 중간값이 도출되지 않을 정도로 약효가 좋아 향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시우닝 리(Xiuning Le) MD 앤더슨 암센터의 교수도 “우리의 기대치를 크게 상회한 연구”라면서 “30명의 피험자가 임상등록을 마쳤고, 추가 모집 중인 20명도 완료가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HER-2 엑손20 변이 연구를 주도한 재클린 로비쇼(Jacqulyne Robichaux) MD 앤더슨 암센터 박사는 “EGFR과 HER-2 엑손20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포지오티닙의 연구 결과는 이 약이 다른 엑손20 변이 암종에서도 원발(처음 암이 시작된 곳) 내성을 극복할 치료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비소세포폐암 외에도 다양한 고형암에 적용할 수 있는 포지오티닙의 치료 효과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터전(Joe Turgeon) 스펙트럼 대표이사는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EGFR은 물론 HER-2 엑손20 변이 두 가지 모두에 포지오티닙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포지오티닙의 유용성을 확인한 것은 물론, 포지오티닙 상용화 가능성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이번 포지오티닙 임상 결과들을 통해 난치성 암 치료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됐다”면서 “포지오티닙이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빠르게 개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