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프장들이 ‘날씨경영’을 도입, 농약 살포 횟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사진은 골프장에서 목초액을 뿌리는 모습.[사진:연합]


날씨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상 정보를 생산, 판매, 마케팅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날씨경영을 생산, 서비스 개선, 마케팅 등에 활용해 매출 증대와 손실을 최소화한 대표적인 기업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삼성에버랜드는 골프장용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설치해 기후 변화에 대비 중이다. 이 장비는 잔디 보호를 주목적으로 하는 장치다. 현재 안양베네스트골프클럽을 포함해 총 5개에서 이 장비를 사용 중이다.

AWS는 잔디관리예보시스템(TWS)과 함께 작동한다. 날씨전문회사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정보는 AWS가 설치된 골프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정확한 잔디 관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일체화 했다.

삼성에버랜드가 이런 장비를 설치하게 된 것 이유는 잔디 관리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붓고 있었기 때문이다. 4개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농약과 비료,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다.

이 때문에 미생물이나 친환경 제품도 사용해봤지만 고가의 제품에 효과나 낮아 포기했다. 실제 2010년 제주의 한 골프장은 무농약 관리를 선언했다가 다음해 취소했다. 골프장 잔디 자체기 친환경적으로는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국내 최초 잔디관리 예보시스템
삼성에버랜드는 이런 기후 변화에 대처하면서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먼저 골프장 농약 살포 횟수가 29.4%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총 5개 골프장의 농약 살포 비용도 10억가량 절감했다. 농약 살포 횟수가 줄면서 골프장 연못의 물이 깨끗해졌고 고객만족도 또한 높아지는 중이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TWS가 상용화돼 전국 369개 골프장에 설치하면 111억원의 농약 사용 절감 효과와 더불어 74억원 정도 잔디 교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STX엔진, 한국형 기상레이더 원천기술 확보
STX엔진은 최근 기상사업에 진출했다. 최근 개발부터 제조, 생산 시설을 갖췄고 각종 기상 관련 학회와 협의회 회원사로 등록했다. STX엔진이 기상사업에 진출 한 것은 매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재해 때문이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대형 레이더로 관측과 분석이 어려운 지역이 많다. 이 때문에 집중호우와 홍수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특히 국내 주요 자연재해 기구에 설치된 기상레이더 장비(29대)는 전량 수입품이다. 유지와 보수가 쉽지 않다. 실제 최근 기상장비가 고장으로 외국 기술자가 입국하기까지 한 달이나 걸렸다.

날씨는 이제 명절때 선물세트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기술 이전이 되지 않아 매번 기술자가 해외에서 입국해야 돼 감시 위험 요소가 높았다. STX엔진이 직접 기상장비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TX엔진이 확보 중인 원천기술은 이중편파 기술이다. 소형 X-밴드 기상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로 우리나라 주요 국책 과제 중 하나다.

X-밴드 기상레이더는 이중편파 기상레이더 시스템으로 펄스를 압축해 신호를 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여기에 신호발생기와 송신, 수신이 가능한 기술을 통해 국내용 기상레이더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중편파 기술은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웨어 개발은 물론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분야와 융합이 가능해 경쟁력이 좋다. 소프트웨어는 다양하게 개발이 가능해 효과도 좋다. 예를 들어 레이더자료 공동활용 시스템을 만들면 기상청은 물론 국토해양부, 국방부와 일일이 자료 공유를 하지 않아도 된다,

LG유플러스, 고객에 기상정보 서비스
LG유플러스는 고객에게 상세한 기상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 보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날씨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기상정보 전문업체인 웨더뉴스와 제휴를 맺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중이다.

웨더볼은 현재 농어촌은 물론 골프 등산 같은 레저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웨더볼(Weatherball) 서비스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포맷으로 개발됐다.

웨더볼은 기상청에서 수집하고 관측한 데이터는 물론 자체적으로 전국 41곳에 설치된 웨더볼 로봇에서 수집한 정보를 제공한다. 꽃가루, 미세먼지, 기온, 기압, 습도 등 정보가 상세하다.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전국 유명 등산지역이나 골프장 날씨정보, 여름철 전국 해수욕장 날씨, 10개의 월드컵 경기장, 유명 야구장 날씨까지 포괄적인 정보를 제공 중이다.

웨더볼은 또 현장의 사진을 찍어 날씨 정보와 함께 트위터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SNS를 통해 다양한 이용자들이 함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세계 날씨까지 제공해 외국으로 출국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공한다.

스마트폰 이미지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개발해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해, 구름, 비, 눈, 바람 등 날씨 이미지들이 움직이는 모션 형태다. 3시간 간격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주간 날씨도 상세하게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웨더볼 로봇을 올해 연말까지 100여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웨더볼 콘텐츠를 일반인들에게 제공하는 이유는 날씨와 기후 변화가 이슈화 되고 그 영향이 일반인에게도 크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폭우나 황사 등 일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커져 세밀한 콘텐츠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명절 선물세트 수요예측 시스템
LG생활건강은 2011년 추석 시즌부터 수요 예측 과정에 기상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선물세트는 보통 명절이 시작되기 약 5개월 전에 기상청 장기예보 자료들을 활용해 수요 예측을 하고 4개월 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LG생활건강은 이때 초기 예측 수요의 80% 수준에서 생산 계획을 수립했다.

추석 1개월 전 실제 날씨 상황과 1개월간 예보를 고려해 생산량을 조절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1개월 전인 8월 초, 장마철 동안 내린 비와 8월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기상청 자료를 근거로 과일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해 생활용품 선물세트의 최종 생산량을 초기 수요예측보다도 20% 증가된 수준으로 확정했다. 그 결과 2009년도보다 매출이 23%가 증가해 추석 시즌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초 설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추운 날씨가 계속된다는 예보를 근거로 연료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 연료가격 상승이 하우스 등 실내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식품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LG생활건강은 설 시즌 1개월 전 최종 생산량을 전년도보다 30% 높게 결정했다.

그 결과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가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은 기상정보를 활용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이를 곧 계절상품인 살충제에도 적용했다. 지금까지는 보통 살충제 출시 시기를 4월로 결정해왔는데 올해 1월 기상정보에서 4월이 평년보다 온도가 높을 것이라는 예보를 보고 모기 번식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해 살충제의 생산과 판매 시기를 3월로 앞당기고 4월부터 살충제를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예측은 적중했다. 올해 5월 살충제 판매 매출 현황에 따르면 2010년 5월까지 매출보다 무려 72%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니인터뷰 | 김종국 케이웨더 기상사업 부장
“잦아진 기상이변 도입 더 늘어날것”

날씨경영은 날씨마케팅과는 어떻게 구별되나.
“기업경영에 날씨라는 요소를 접목시키는 것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경영을 하는데 새로운 날씨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다양한 위험들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최대화하는 개념을 날씨경영이라고 한다. 날씨마케팅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다. 프로모션 개념이 강하다. 반면 날씨경영은 기업이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날씨 개념을 적용해 전체적으로 경영활동을 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쭦날씨경영의 규모와 경제 효과는 얼마나 되나.

“날씨경영에 대해 정확한 규모를 측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 GDP의 80%가 날씨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상정보의 경제적 가치는 약 3조 5000억원에서 6조원 정도로 보고 있다. 날씨와 관련된 직접 산업은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날씨경영을 도입하지 않아 실패를 본 기업 사례가 있다면.
“의류업체 같은 경우 겨울철 날씨에 따라 예측 물량을 정확히 간파해야 하는데 코트를 팔아야 할 때 파카를 만들어 피해를 본 사례들이 꽤 있다. 스키장도 시즌 오픈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기회 비용이 더 커져 손실을 봤던 경우도 있다.”

케이웨더는 날씨 경영과 관련돼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날씨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기상청과 자체 생산 예보를 기반으로 웹을 통해 기상정보를 서비스한다. 산업·업체별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비롯해 방재기상정보 시스템, 기상 금융상품 등의 다양한 상품이 있다.

건설현장 포인트 예보, 의류업체와 가전업체 등 생산업체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장기예보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업별 날씨 위험 통계 분석도 하고 있다. 또한 고객 서비스나 제품이 날씨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분석하고 미리 수요를 예측하며 컨설팅을 전개한다. 현재 400여개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날씨경영의 트렌드를 전망해 달라.
“작년에도 그랬지만 날씨가 상당부분 패턴이 많이 다르게 나타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여름철은 이제 아예 아열대성 기후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겨울철은 지구 온난화로 겨울 주력사업들이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색해졌을 정도로 더욱 추워지고 있다.

예년과 달리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이 그런 부분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날씨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날씨 관련 보험상품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례도 늘고 있어 앞으로 기업들이 날씨경영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로인해 시장 규모도 당연히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