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작은 동네 빵집에서 연상되는 단어는 ‘친근함’ ‘편안함’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의 끈끈한 정’일 것이다. 히피스베이글은 덕성여대 정문에 있는 작은 베이글 전문점이다. 베이글만을 전문으로 한다는 점도 특이하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임시 휴업’을 갖는다는 점 역시 독특하다. 더 신기한 것은 손님들이다.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어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곳에 들러 베이글을 산다. 그만큼 오래된 단골이 많고 대표와 손님 간 신뢰가 쌓였다는 뜻일 것이다. 몇 평 안 되는 이 작은 빵집이 4년 동안 꾸준히 유지되어 왔고, 심지어 계속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이를 증명한다. 사장님도, 손님들도 꿈꾸는 작은 동네 빵집 히피스베이글에 들러 그 비결을 알아봤다.

▲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히피스베이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 종류

빵, 베이글, 치아바타

 

2. 위치

▲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히피스베이글' 위치. 4.19민주묘지역(덕성여대) 1번 출구에서 직진해 두 블럭 가면 오른쪽에 보인다. 출처=네이버 지도 캡처

주소 : 서울 도봉구 삼양로 142길 3

영업시간 : 11:00~20:00/ 주말 휴무

메뉴

베이글

히피베이글 1600원, 애플고르곤졸라 2800원, 스페니쉬올리브 2800원, 스노이블루베리 2700원, 통밀크렌베리 2700원, 블루베리다 2500원, 딥블루치즈 2500원, 바질앤치즈 2800원, 쇼콜라O 2500원, 오레오레오 2700원, 뉴욕어니언칩 2100원, 암쏘핫 2500원, 쑥쑥이 2700원, 스윗펌킨 2600원, 콘치즈 2700원

치아바타

치즈올리브 2800원, 크랜베리 2700원, 찐감자 3000원

달다구리

얼그레이스콘 2500원, 무화과스콘 2600원, 말차쇼콜라스콘 2600원, 마약브라우니 3500원

 

 

3. 상호

김민경(36) 대표는 여행 마니아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여행을 다닌다는 그는 히피스베이글 개업 전, 해외여행지에서 진짜 ‘히피’들을 봤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따르기를 거부하고 자유롭게 자기 의지대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김 대표는 히피와 자기가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김 대표가 빵집, 그중에서도 베이글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를 창업하겠다고 하자 주변의 이른바 ‘빵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려를 표했다. 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베이글만을 파는 빵집이 잘될 리 있겠느냐는 ‘기성세대다운’ 우려였다.

▲ 갓 구워져 나온 베이글, 식빵, 스콘 등.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지만 베이글 빵집을 열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히피처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열고 이름도 히피를 딴 ‘히피스베이글’로 정했다.

 

4. 경영철학

히피스베이글의 경영철학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특유의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빵 맛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빵집을 운영하다 보면 조금 더 싼 재료를 써서 이윤을 늘릴까 하는 유혹에 늘 갈등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 내 빵을 믿고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가진 신뢰를 깨트릴 수는 없다”면서 일정한 맛을 내는 필수 조건인 “같은 식재료 유지하기”를 고집한다. 그가 만드는 빵들은 애초에 정했던 레시피가 있고, 설령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해서 값이 더 싼 재료로 바꾸거나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식재료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이 철학은 바뀌지 않는다.

 

5. 주메뉴

스페니쉬올리브, 스노이블루베리 등 생소한 이름이 붙은 베이글들이 예쁜 보석처럼 진열된 가게 안을 보면 뭘 골라야 할지 머뭇거리게 된다. 직원에게 “가장 잘 팔리는 베이글이 뭐냐”고 묻자 그 역시 말을 멈췄다. “특정 메뉴가 잘나간다기보다는, 손님 각자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들어간 베이글을 고르면 된다”가 히피스베이글의 모범답안이다.

▲ 히피스베이글의 인기 메뉴들. 빵 뒤에 이름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덕성여대 정문 근처에 위치한 특성 때문에, 여대생이 선호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베이글이 조금 더 환영받는 편이다. 김 대표가 직접 추천하며 집어주는 베이글을 몇 개 골라 먹어봤다.

스노이 블루베리는 이름과 같이 코코넛 가루가 빵 전체를 눈처럼 소복이 둘러싸고 있는 베이글이다. 베이글의 동그란 모양대로 살짝 색감이 진한데, 마치 사람이 볼을 붉히는 모습 같기도 해 귀엽다. 하지만 반으로 갈라보면 반전 매력이 등장한다. 스노이 블루베리 속 연보라색 크림은 블루베리와 크림치즈가 섞인 맛이다. 흔히 베이글 하면 질기고 딱딱한 빵에 크림치즈를 발라 먹는 것을 연상하기 쉬운데, 스노이 블루베리는 그와 정반대다. 부드럽고 쫀득한 빵 안에 담백하고 달콤한 블루베리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 있다. 극단적으로 딱딱한 식감의 베이글과, 입 안에서 녹을 정도로 부드러운 도넛 중에서 비교한다면 베이글보다는 도넛에 더 가깝다. 자극적으로 달지도 않으면서 크림치즈와 잘 어우러진 블루베리 맛이 새콤달콤하고 맛있다.

▲ 반으로 갈라본 '스노이 블루베리'. 연보라색을 띤 블루베리 크림치즈가 나온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쑥쑥이는 반죽에 쑥이 들어간 베이글이다. 쑥과 베이글이라니, 머릿속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는 식재료들이라 처음 보는 사람은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한 입 베어물면 그 생각이 달라진다. 빵보다는 떡에 가깝게 여겨질 정도로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데, 안에는 팥이 들어 있다. 크림치즈와 섞인 단팥이 쑥쑥이의 백미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빵과 쑥 사이를, 달고 고소한 팥이 그 중간에서 적절하게 융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빵보다는 떡!’이라며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쑥쑥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 반으로 갈라본 '쑥쑥이'. 쑥 향을 풍기는 베이글 안에는 크림치즈 섞인 단팥이 들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베이글 말고도 이곳에는 먹을 수 있는 빵이 많다. 그중 히피 시골빵은 다소 소박해 보이는 외양인데, 김 대표는 이 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일반 상업용 이스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물과 밀가루, 소금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만드는 데만 24시간이 걸리고, 기계 없이 손으로만 정성껏 만든다. 덕분에 이 빵의 겉은 딱딱한 반면 안은 촉촉하고 쫄깃해서 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요란하게 겉멋을 부린 맛보다는 은근하면서도 강하게 다가와 오래도록 생각나는 맛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베이글 맛만큼이나 히피 시골빵 역시 훌륭하다.

▲ 메뉴판 왼쪽 아래 둥그스름한 갈색 빵이 '히피 시골빵'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6. 맛의 비결

김 대표는 자기의 베이글은 “딱딱하고 질긴 뉴욕의 베이글과 쫀득쫀득한 한국 떡의 중간”이라고 설명한다. 쫀득한 질감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바꿨기 때문이다. 덕분에 히피스베이글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는 20대 여대생부터 40대, 심지어 60대 손님들까지 다양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게 되는 이곳 베이글 맛의 비결은 김 대표가 직접 개발해낸 레시피에 있다. 여행을 즐기는 김 대표는 여행지에서 베이글에 대한 영감을 많이 얻는데, 예를 들어 ‘스페니쉬올리브’는 스페인 여행 중에 현지인의 집 마당에 있던 레몬 나무를 보고 착안해 만들어냈다. 애플 고르곤졸라, 오레오레오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이름들은 김 대표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적의 레시피를 만들고 명명한 것이다.

▲ 히피스베이글 내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레시피를 만들 때 직접 시식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김 대표는 “위가 예민한 편이다. 따라서 내가 먹어서 괜찮으면 손님들도 괜찮은 것이다”라고 스스로 그 맛을 입증해 보인다. 그만큼 소화 잘 되고 맛 좋은 베이글을 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밀가루는 소화가 안 된다’며 꺼릴 법한 60대 이상의 연령대도 이곳 베이글을 즐겨 찾는다는 점을 보면, “버터, 달걀, 유지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 속이 편하다”라는 히피스베이글의 설명에 수긍이 간다.

 

7. 특별한 서비스

히피스베이글은 인근 지역 주민들, 덕성여대 학생들과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왔다. 손님들에게 변함없는 맛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은 운영시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운영자의 사정에 따라 ‘하루쯤’ 잠시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이곳에는 절대로 없다. 오픈 시간과 마감 시간도 칼 같이 지켜지기 때문에, 손님들은 ‘허탕 칠’ 걱정 없이 이곳에 들러 빵을 사갈 수 있다.

 

8.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대부분의 식재료는 배달을 받는데, 밤호박이나 사과 등 특수한 재료들은 김 대표가 직접 맛보고 골라온다. 그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데, 예를 들어 계절 한정 메뉴인 스윗 펌킨에 들어가는 밤호박은 제주도에서 공수해온다.

 

9. 고객이 전하는 ‘히피스베이글’

단골손님이 유독 많은 이곳에서 그중 특별한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히피스베이글의 열렬한 팬인 그는 “한 번 여기에 들르면 일주일치 먹을 빵을 산다. 냉장고에 얼려 두고 매일 아침마다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고 말했다. 크림치즈 등을 직접 발라 먹어야 하는 보통 베이글과는 다르게 안에 필링이 들어 있기 때문에 먹기에 번거롭지 않아 더욱 좋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단골손님은 “김 대표가 일 년에 한 번씩 여행을 가기 때문에 그동안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한동안 베이글을 먹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여행을 다녀온 김 대표가 더 좋은 빵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돈독한 신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