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한국GM 경영진이 노동조합을 향해 법정관리(회생절차)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노조가 경영진의 형사책임 문제를 언급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노사 양측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17일 “한국GM이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한다면 회사 경영의 내부를 투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내부상황을 근거로 형사적인 문제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GM이 임금단체 협상을 앞두고 법정관리절차를 노조압박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16일 한국GM과 노조는 노사 임단협에 들어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협상에서 한국GM은 연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감액을 제안했고 노조는 군산공장의 남은 근로자에 대한 전환배치와 경영진의 고통분담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은 이날 “노사간 비용절감에 대한 잠정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도 노사합의가 어렵다고 보고 법정관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언급한 것과 관련, 노조는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돌입한다면 법정관리 절차 내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 측은 단계별 대응을 시사했으나, 구체적인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파산법조계와 구조조정업계는 노조 관계자가 언급하는 형사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횡령 또는 배임문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생절차에서 경영진의 행위가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된 것이 밝혀지면 법원은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나서는 DIP(Debtor in Possession)를 배제하고 제3자 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 DIP는 기존 경영자가 회생절차 기업의 관리인이 되는 제도를 말한다. 노조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DIP가 적용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익대학교 전성인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GM은 본사의 원재료를 의도적으로 높은 원가로 매입하는 바람에 재무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이런 사실이 회생절차 실사 과정에서 밝혀지면 한국GM 경영진이 산업은행 등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서, DIP가 배제되고 제3자관리인이 선임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이어 "회생절차에서 채권자의 채권은 회생계획안에 따라서 회수할 수 있을 뿐.  그 외 채권회수 방법은 용납되지 않는다"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미국GM이 한국GM에 가지고 있는 채권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조는 한국GM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동시에 경영권 박탈을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등 법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관리인 선임시 파산 가속화 우려도

파산법조계와 구조조정업계는 한국GM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경영진은 ‘계속기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감원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권 법원의 한 조사위원은 “한국GM이 법원에 제출하게 될 자구계획안에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분을 매각하는 한편 인력구조조정계획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 경우 계속기업가치는 수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법원이 계속기업가치가 나온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감원결정을 허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 조사위원은 “한국GM이 현재 근로자의 임금이 도급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강조될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제3자 관리인 제도가 노조측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독립된 판매망이 없는 한국GM에 대해 기존 경영진을 배척하고 DIP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청산이 가속화할 공산도 있기 때문이다. 

제3자 관리인이 한국GM의 영업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회생절차에서 청산절차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회사가 제3자 관리인 체제로 인해 파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남성 변호사는 “회생절차에서 한국GM에 대한 M&A가 희박한 상황에서 회사의 회생계획안은 대폭적인 채무 조정과 영업이익을 통한 변제가 주 내용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GM으로부터 물량을 받는 일과 채무조정의 매개 역할을 제3자 관리인이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문제점들을 감안할 때 산업은행이 추천하는 공동관리인이나 구조조정임원(CRO,Chief Restructuring Officer)을 세워 공동 관리 체제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