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재팬이 17일 일본 토호 시네마스 롯폰기 힐스에서 만화 플랫폼 픽코마의 현지 시장 공략 성과를 알리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픽코마 TV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국내 취재진과 만난 김재용 카카오재팬 대표는 픽코마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에 대해 “독자들이 정말 다 기다리면 우리는 망할 것”이라면서 “다른 기업들이 픽코마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따라하고 있지만 핵심을 놓치고 있다. 생태계 습관을 제공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다리면 무료는 만화책 한 권을 여러 편으로 나눈 뒤 한 편을 보고 특정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음 편을 보려면 요금을 지불하도록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 김재용 대표가 픽코마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김 대표는 “사람들이 만화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만화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에게 결제의 습관을 알려주는 것이 기다리면 무료의 철학이다. 단순히 무료 콘텐츠를 가득 퍼주면서 ‘다음에는 결제해라’고 권유하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픽코마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콘텐츠의 숫자가 적다는 지적에는 “콘텐츠가 많으면 플랫폼은 당연히 좋지만, 너무 많은 콘텐츠는 일종의 재고로 쌓일 수 있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추천작 선정에 나서는 등 다양한 기술을 타진하는 한편, 콘텐츠 하나하나의 장점을 꼼꼼히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디바이스 확장에 대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으며, 결제 방식은 인앱 외는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김 대표는 “광고 비즈니스와 콘텐츠 비즈니스는 서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다”면서 “픽코마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광고를 포기하는 대신 ‘만화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픽코마는 올해 하반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노리기 위해 픽코마 TV를 출시한다. 만화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전혀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는 셈이다. 한정된 투자로 픽코마 TV가 차별화된 경쟁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일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거대하지만 만화업계처럼 전자화가 미흡하다”면서 “넷플릭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재팬 대표를 맡기 전인 2006년, NHN 재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범수 의장과의 인연이 재미있다.

김 대표는 “라인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2012년, 카카오재팬이 야후재팬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을 당시 러브콜을 받았으나 거절했었다”면서 “지금은 카카오재팬 대표를 맡아 시장 지배자 업체인 라인만화를 열심히 추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NHN 재팬에서 김범수 의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에도 활발한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범수 의장이 믿고 맡겨주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카카오재팬 상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