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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한국FPSB 적폐, 금융위가 처단한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8.04.17  16:28:06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국내 최고 권위의 재무설계사 인증기관인 사단법인 한국 FPSB(이하 한국FPSB)에 대한 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번 감사는 감사담당관 외 7명의 참여로 지난해 11월 6일부터 14일까지 이루어진 전면적 종합감사로 결과보고서는 인사·보고 제도 관련 3건, 내·외부 통제 관련 3건, 예산집행·회계처리 관련 6건, 고유 업무 관련 2건, 기타 2건 등 무려 14건에 걸친 제반 항목에 대한 시정요구, 개선요구, 통보, 문책요구 등 중징계를 담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통용되는 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인 CFP자격 및 하위 단계의 국내 자격증인 AFPK 자격을 인증하는 기관이기도 한 한국FPSB는 2016년 말 기준 유효 자격자 숫자가 3만 명에 육박할 만큼 명실 공히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재무 설계사 조직이다. FP자격 제도는 금융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가정경제의 안정과 향상을 도모할 것을 목표로 지난 2000년 국내에 도입된 이래 그 동안 국내 어느 자격증보다도 자격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요구해 왔던 만큼, 한국 FPSB 내부에서 발생한 이번 비리 사건은 재무설계 업계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FPSB의 홍보부족으로 인하여 인지도 자체가 낮은 편이지만, CFP자격은 지난한 과정을 통해서만 취득할 수 있는 재무설계분야 최고의 금융전문자격증이다. CFP자격 취득을 원하는 사람은 우선 140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받은 후 4시간에 걸친 AFPK시험을 합격해야하고, AFPK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350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거쳐 이틀 간 시행되는 CFP시험에 합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친 후에도 CFP 자격 취득자들은 자격 유지를 위해 한국FPSB에 매년 적잖은 인증료를 낸다. 그러나 한국FPSB는 이러한 방법으로 연간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하고서도 정작 그 동안 자격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었다. CFP자격자라고 하면 ‘윤리성을 갖춘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추앙받는 외국의 경우와 달리, 국내 CFP자격자들은 어렵게 자격을 취득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심지어 CFP자격자들 중에는 한국FPSB의 무관심 속에 생계난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FPSB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한국FPSB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위험성은 이미 설립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고 전한다. 한국FPSB는 지난 2004년 한국FP협회 초대 회장이자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기도 했던 고(故) 윤병철 회장의 뜻에 따라 2000년 설립된 한국FP협회로부터 분리된 별도의 조직으로, 자격시험 응시료, 교재판매비, 자격인증비 및 갱신료, 교육훈련 참가비, 교육기관지정 수입 등 FP자격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수입원은 모두 한국FPSB가 독식하면서도, 정작 자격자들에게는 한국 FPSB 회원 자격조차 주지 않는 등 CFP제도를 도입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조직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격자들로 채워져야 할 한국FPSB 임원 및 회원 자리는 대부분 CFP 또는 AFPK 자격과는 관련이 없는 자들이 대신 차지하였고, 그러는 사이 한국FPSB는 자격제도의 발전 및 금융소비자의 이익 증진이라는 조직 본연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다. 실제로 이러한 내용은 이번 감사보고서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어, 금융위원회는 근거규정에도 없는 특별공로금 8억여 원을 받아간 전(前)사무국장 출신의 현 한국FPSB 임원에게는 즉시 이를 환수할 것, 자격자들을 배제한 정회원 가입조건 및 총회운영 규정을 즉시 개선할 것 등 요구했고, 특정 업체들에게 일감을 몰아준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번 감사는 지난 9월 한국FP협회 소속 이수회(회장 허훈 CFP)가 CFP·AFPK 자격자들을 중심으로 발족시킨 한국FPSB 정상화위원회가 CFP·AFPK 자격자들 250여명의 서명을 받아 한국FPSB의 주무관청인 금융위원회에 청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한국FPSB 정상화위원회는 그 동안 한국FPSB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일부 임원들의 업무상 배임, 일감몰아주기 및 리베이트 의혹, 불법적인 부동산 거래 의혹, 부정한 법인카드 사용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왔는데, 이번 감사를 통해 주장 대부분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한국FPSB 정상화위원회는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하여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한국FPSB 내부의 뿌리 깊은 적폐를 청산하고, 한국FPSB를 원래의 주인인 CFP·AFPK 자격자들에게 돌려주는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 FPSB 정상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CFP·AFPK 자격자들은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한국FPSB의 비리를 방치한 회장 및 이사·감사 등 임원들의 일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전(前)사무국장 출신의 현 한국FPSB 임원이 저지른 8억여 원의 업무상 배임을 방치하다 못해 이사회에서 이를 승인하는 등 한국FPSB의 내부 비리를 적극적으로 방조한 의혹을 받고 있어 향후 형사책임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위원회는 행정적 조치로서 감사결과 발표 후 1달 혹은 2달 이내 각 지적사항을 시정할 것을 한국FPSB에 명령한 상태지만, 그와 별개로 한국FPSB 정상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CFP·AFPK 자격자들은 이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 절차 진행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FPSB는 과연 비리 단체의 오명을 씻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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