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정에 따라 16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선거법 위반 해석을 두고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7일 김 원장은 SNS를 통해 선관위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김 원장 낙마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2016년 당시 김기식 의원의 이른바 5000만원 셀프 후원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관위는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밝혔다. 통상 수십만 원의 회비를 내다가 갑자기 수천만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낸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임기 말 당시 의원이던 김 원장은 본인이 소속돼있던 민주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후원했다. 김 원장은 기부금 제공 직전 선관위에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질의했고, 선관위는 같은 취지로 대답했으나 김 원장은 기부를 강행했다. 특히 김 원장은 의원 임기를 마치고 해당 연구소의 소장으로 취임해 정치자금으로 전용해 배를 불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선관위는 김 원장의 ‘로비성 출장’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 “위법 여부는 출장 목적과 내용, 비용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의원 해외출장 시 보좌직원과 인턴직원 등을 동행하는 것은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당시 보좌진의 퇴직금을 정치후원금으로 충당한 것 역시 위법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렸다.

청와대는 김 원장 낙마로 민정수석실의 검증 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민정수석실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진 이후 두 차례 인사 검증 후 ‘위법사항은 없다’고 밝힌 기존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원장은 사전에 선관위로부터 유권해석을 받았고 후원금에 대해 신고를 했는데도 선관위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김 원장은 이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날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중앙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선관위 판단 직후 사의를 표명한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 원장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는다”며 전날 사퇴 결정 이후 심경을 밝혔다. 출처=김기식 금융감독원장 페이스북

한편 선관위의 판단에 대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 해석 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이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하지만 선관위는 지난 2년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는다”며 전날 사퇴 결정 이후 심경을 밝혔다. 그는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선관위는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어떤 문제 제기도 없었다. 이 사안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지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