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1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머리를 맞댄다. 업권별∙금융회사별로 집중 관리회사를 선정해 대출관리목표를 별도로 설정하고 커버드본드(Covered Bond) 공급을 늘리는 한편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 예대율 규제 등을 전 금융권에 순차적으로 도입해 전방위에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16일 오전 금융위원회 16층 대회의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관리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생보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저축은행협회장 등 금융권 인사 15명이 참석해 가계부채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향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대응방안을 검토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3년만에 장기추세치 목표인 8.2% 내로 들어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상당히 안정화됐다”고 긍정 평가했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450조9000억원으로 증가규모가 31조원 감소했고 증가율 역시 3년만에 8.1%로 한자릿수로 줄어들었다.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16일 오전 금융위원회 16층 대회의실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관리간담회를 열었다. 출처=금융위원회

그러나 여전히 연간 100조원 이상의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으며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기 취약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위험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2018년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 대출자들의 상환부담 가중과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의 빠른 증가세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면서 “2018년 가계대출 증가율도 장기추세치(8.2%) 이내로 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강화하고 ▲금리상승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최소화하며 ▲ 이미 발표된 가계부채대책의 후속조치를 철저히 이행하는 등 세가지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우량자산 담보’ 커버드본드 공급 늘려…가계부채 증가 억제

올 하반기부터 은행권의 적격대출을 줄이고 커버드본드의 공급을 지금보다 늘려나간다. 은행이 적격대출을 줄이면 줄어든 만큼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 축소분 만큼을 커버드본드 발행실적과 연계해 추가적인 가계대출 증가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커버드본드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 국고채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을 말한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춘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보다 저렴한 금리가 특징이다.

금융당국이 적격대출을 줄이고 커버드본드를 늘리려는 이유는 커버드본드가 가계부채 발생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격대출은 대차대조표에서 제거(Off-Balance)되지만 커버드본드는 부내 유지(On-Balance)로 되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수준으로 적격대출이 지속 공급될 경우 주금공은 추가출자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다. 커버드본드로 전환한다면 주금공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 중심의 장기∙고정금리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다.

▲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장기추세 수준으로 둔화됐다. 그러나 가처분소득증가율이 가계부채증가율보다 낮아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상승했다. 출처=금융위원회

적격대출 공급 규모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1조원씩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 적격대출 공급액은당초 12조원에서 1조원 줄어든 11조원으로 책정됐다. 가령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과 적격대출 공급 배정액의 비율을 1:5로 가정했을 때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이 없을 경우에는 적격대출 공급이 축소되는 식이다.

바젤III 개편안에 따라 커버드본드에 보다 낮은 수준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다. 보험사는 신지급여력제도 도입 시 커버드본드에 보다 낮은 수준의 위험계수를 적용하고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 요율도 일반은행채(0.04%포인트)보다 낮은 0.02%포인트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커버드본드 공급 유인을 제공하고 적격대출 규모를 장기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사별 가계부채 개별 관리…DSR∙대출 가이드라인 제2금융권으로 확대 

금융권 협의를 통해 업권별, 회사별로 가계부채 목표를 개별 관리한다. 대출규모가 계획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금융회사를 집중 관리회사로 선정해 업권별 간담회와 현장점검 등을 통해 목표 이행 상황을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3월부터 은행권에 시범운영 중인 DSR을 오는 7월부터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 은행권은 오는 10월부터, 제2금융권은 내년 상반기부터 관리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적용 업권을 늘려나간다. 또 대출자의 상환부담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대부업체의 대출정보도 신용정보원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지난 3월 은행권에 적용된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도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한다. 오는 7월 상호금융을 시작으로 10월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에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업종별 여신한도와 자체적인 관리대상 업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은행과 상호금융에 적용 중인 예대율 규제를 저축은행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 지난해 취약 대출자는 149만9000명으로 전체 가계대출자의 8.0%를 차지했고 이들의 대출규모는 82조7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금액의 6.0%를 차지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시 고DSR 취약 대출자는 19.5%→21.8% 늘어나며 상승폭이 확대된다. 출처=금융위원회

업권별 고정금리 비중 확대…금리 인상 리스크 최소화

가계부채의 질적인 구조 개선을 위해 업권별 고정금리 대출비중도 늘어난다. 현재 은행∙보험권 주담대 고정금리 목표 비중을 75%(은행45%, 보험30%)에서 87.5%(은행 47.5%, 보험40%)로 상향조정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고정금리대출 취급 실적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출연료 우대요율을 오는 9월부터 확대 적용한다.

오는 10월부터 저축은행, 여전사에 적용될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통해 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 활성화를 유도한다. 소득증빙으로 상환능력을 꼼꼼히 확인하는 한편 주택구입자금 등 소득대비 큰 금액의 대출은 처음부터 분할상환하도록 하는 한편 변동금리대출은 미래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금액을 산정하게 할 계획이다.

올 12월에는 은행권 공동으로 변동금리 주담대의 월상환액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금융상품이 출시된다. 해당 상품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대출기준금리가 변해도 상환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변동으로 발생한 잔여원금은 만기에 일시정산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5년 등 일정 기간마다 월상환액을 조정해 대출자의 상환능력 등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은행 가산금리가 합리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으로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만약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에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오는 7월 모범규준 등을 변경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업권별, 취약 대출자 별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해 점검결과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한다. 또 최고금리를 24%초과 대출의 자율인하를 유도하고 서민금융∙복지지원 등 취약계층의 자금수요를 차질없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 부동산, 소비 등이 모두 연결된 복합적 문제로 ‘긴 호흡’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가계부채 리스크가 우리 경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