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가 스마트 호출 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승객 목적지 비노출'을 폐기하고 '노출'로 돌아섰다.

국토교통부와 택시업계 등의 반발에 호츌료를 1000원으로 낮추면서도 유료화 모델을 끊임없이 타진했으나 핵심 경쟁력이 무위로 끝난 셈이다. 그러나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라는 큰 그림은 오히려 힘있게 추진될 여지가 커졌다.

▲ 정주환 대표가 카카오 T 택시 유료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카오 모빌리티는 지난달 13일 카카오 T 택시 유료화 전략을 발표했다. 택시 호출기능 중 유료 기반의 ‘우선 호출’ 과 ‘즉시 배차’가 그 주인공이다.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는 16일 “우선 호출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에 우선적으로 호출 요청을 하는 방식이며, 즉시 배차는 인근의 비어 있는 택시를 즉시 배차해준다”면서 “지금과 같은 무료 호출 방식도 그대로 유지되며, 우선 호출이나 즉시 배차 기능을 선택해 배차가 성사되면 비용 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호출료는 최대 5000원으로 책정됐다.

당장 반발이 나왔다. 특히 택시업계는 "사실상의 택시요금 인상"이라면서 카카오 모빌리티를 공격했다. 이들은 지난달 19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카카오택시(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부분 유료화로의 전환은 승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것으로 모처럼 조성된 택시산업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면서 “과거 T맵 택시가 도입하려던 추가요금 지불수단과 유사한 것으로 이에 대해 법제처는 이중 추가요금 지불 기능은 부당요금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방선거를 앞둔 자유한국당 등의 지원을 받아 카카오 성토대회를 연상하게 만드는 토론회까지 열어 반발했다.

국토부도 나섰다. 국토부는 지난 6일 "(카카오택시 호출료)1000원을 초과해서 적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종사자나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지적에는 "카카오와 같은 택시 호출·중개 사업을 제도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카카오 모빌리티의 유료화 정책에 제동을 건 셈이다. 결국 카카오 모빌리티는 10일 일반적인 콜택시와 동일한 1000원을 호출료로 정하며 스마트 호출 기능을 출시했다. 스마트 호출은 인공지능이 작동해 이용자의 호출을 예상 거리와 시간, 과거 운행 패턴, 교통 상황 등을 분석해 응답할 확률이 높은 기사에게 전달해 주는 기능이다.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 호출 서비스가 등장했으나 논란은 여전했다. 승객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기피 현상이 심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호출을 '잡은' 택시기사들에게 600원 정도의 포인트를 지원하는 등 기사 우대 정책이 진행되고 있으나 택시기사들의 반발은 여전했다. "600원 받자고 유동인구가 없는 지역으로 가느니, 차라리 스마트 호출을 잡지 않겠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 스마트 호출이 구동되고 있다. 출처=카카오

카카오 모빌리티는 또 물러났다. 16일 현재 카카오 T 택시의 스마트 호출을 가동하면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가 공개되도록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주환 대표는 15일 자기의 SNS를 통해 "시스템의 효율성이 개선되어 더 많은 운행 완료수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서비스 정착을 위해 순간의 후퇴를 감내한다는 뜻이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스마트 호출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승객 목적지 비공개'를 폐지한 것은 당장의 반발을 무마하는 한편, 어렵게 발을 뗀 유료 서비스 전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유료화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지만, 이는  백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란 말이 나온다.

유료화 전략 자체에 집중하면, 승객 입장에서는 1000원의 콜비가 생겼기 때문에 카카오 T 택시 비용이 1000원 올라간 것으로 체감된다. 당연히 승객의 반발이 터져나올 수 있으나, 유료화 모델 자체에 대한 반발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심지어 '높은 콜비를 부담하더라도 확실하게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이를 방해하고 있는 택시업계에 대한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한 후 이해 관계자의 반발이 나오자 조금씩 후퇴했으나, 이를 차치해도 일단 호출료 1000원을 올리는 것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은 예상보다 낮다. 불만은 택시업계를 향하고 있다.

스마트 호출료에 대한 이견이 나오며 '택시업계가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가'라는 논의가 이어질 경우 택시업계의 열악한 사업구조에 대한 논의까지 나올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플랫폼 전략을 무작정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경우 택시업계의 구조적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택시기사들이 무리한 사납금에 허덕이지 않는다면 카카오 모빌리티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 ICT 기술의 발전과 기존 산업의 프레임이 아니라, 기존 산업 내부에서 신음하는 택시기사들의 처우에 대한 논의가 나올 여지도 있다. 이번 논란을 거치며 카카오 모빌리티는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으며, 반쪽 스마트 호출 서비스 강행의 의미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유료화 모델을 통해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라는 큰 그림을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카풀 서비스에 대한 담론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 국회에서 카풀 영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뜻대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도 요원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우호적으로 조성된 여론의 힘을 바탕으로 택시의 수요와 공급 조절이라는 큰 그림을 적절하게 설명한다면 극적인 반적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는 반쪽 스마트 호출 기능을 통해 제한적인 유료화 모델만 성공시켰다. 그러나 1000원에 불과해도 엄연한 유료 서비스를 단행하며 택시기사들을 설득하는 한편, 우호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 등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키면서 수요와 공급 전략의 연장선인 카풀 서비스까지 풀어내면 대성공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모빌리티의 난관이 예상되지만, 파격적인 정책을 공개한 후 조금씩 후퇴하면서 최소한의 목적을 달성하는 한편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한 것은 성과"라면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카카오 모빌리티가 원하는 타이밍이 올 가능성이 높으며, 그 순간 카카오 드라이버 당시 대리운전기사의 손을 잡아 업계의 적폐를 해결한다는 대의명분을 잡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