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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WTO질서가 깨진다면 어떤일이글로벌 공급망 붕괴되고 국제시장 축소, 무역의존 높은 빈곤국가들 무차별 타격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8.04.16  13:55:04
   
▲ 출처= 블룸버그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초점을 세계 무역기구(WTO)로 옮기면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패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5000개 이상의 주요 상품에 대한 세계 교역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고통을 겪을 것임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중국 무역 전쟁을, “중국엔 관대하고 미국엔 까탈스럽게 구는 불공정한” 세계무역기구(WTO)로까지 확전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그런 수사가 WTO를 무너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최후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가늠해 볼 수 있다.

국제 무역의 심판인 세계무역기구는, 캔자스 주립대학교의 국제무역 경제학자 페리 다 실바가 주장하는 것처럼 전세계 관세 수준이 평균 32%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최후의 보루다.

악역 배우가 전체 시스템을 훼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1962년에 제정된 무역확장법 (The Trade Expansion Act)의 국가 안보 조항을 이용했다. 이번 달에는 1974년에 제정된 미국 무역법에 근거한 조사를 통해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제안했다. 그로부터 다시 며칠 후 그는 추가로 1000억 달러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도 동일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이번에도 WTO 분쟁해결제도에 대한 언급을 빠트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 규정 밖에서 행동함으로써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행동하라고 위험 수위를 높이면서 WTO의 권한과 효율성을 훼손하고 있다.

약자만 더 곤경에 빠뜨리는 관세 인상

다 실바 교수는, WTO가 없으면 각국은, 기업이 경쟁 시장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과는 달리,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할 수 있는 한 높은 관세를 적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글로벌 공급망은 붕괴되고 기업들은 수입 원자재나 기타 상품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무역 상대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제 시장은 크게 축소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관세 인상에 따라 상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얻게 되는 가치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보호주의라는 전염병은 모든 국가와 산업에 균일하게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 실바 교수는 동료 경제학자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의 알레산드로 니시타 교수와 제네바 대학교의 마르셀로 올라레가 교수와 함께, 세계 120개 국가들이 교역하는 5000개 이상의 상품에 대한 특징과 수량을 바탕으로 각국의 상대적 시장 지배력에 대한 세부 모델을 만들었다.

   
▲ 출처= 페리 다 실바 교수 외 공동 논문       그래프= 워싱턴포스트(WP)

<정치경제저널>(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될 이 논문을 쓰기 위해 그들은 각국이 특정 교역국, 특정 상품, 시장의 환경 및 점유율에 대해 갖는 레버리지를 계산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세라믹 건물 벽돌, 치커리, 특정 특수강 제품에 대해 보통 이상의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특정 텅스텐 제품, 실크 넥타이 또는 가공 파인애플 등에 대해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다.

2010년 지진과 2016년 허리케인 매튜에서 재건된 아이티는 거의 모든 시장 지배력을 상실한 상태며 미국과 같은 강력한 파트너와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나라에게 미국은 매우 절실한 시장이며 다른 대안을 찾을 여력도 거의 없다. 잔인하고 이성적인 세계에서 이 나라는 앞으로 97%라는 엄청난 관세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중앙 아메리카 및 카리브 국가들이나 미국의 NAFTA 파트너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무역 전쟁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미국우선주의를 적극 추구해 나간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보복을 견딜만한 충분한 경제적 규모와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미국이 무역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 실바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원칙적으로 승리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승리로 크게 득 볼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들이 계산한 레버리지에서 유럽 연합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미국보다 유리하다. 중국은 실제로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시장과 결탁돼 있어 위협을 받는 국내 산업에 보조금 등 자원을 지원해도 유권자들에게 해명할 필요가 없는 나라다.

각국이 최대한의 자국의 이득을 위해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이 약 30%, EU는 36%, 중국은 39.5%수준의 관세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비교적 부담 없는 3~4% 수준의 관세에 비해 무려 10배가 넘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리랑카,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같은 가난하고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WTO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어왔다(물론 말할 것도 없이 중국보다도 더). 이들 국가들이 50% 이상의 관세에 직면한다면 이들이 겪는 고통은 최악에 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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