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 61×73㎝ oil on canvas, 1993

인간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그림 또한 작가에 따라 천변만화의 다양한 얼굴로 나나고 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손문자(孫文子,ARTIST SOHN MOON JA)작가의 그림에서 사실적인 형태는 중요시 되지 않는다. 그 자신의 표현감정을 가장 순수하게 전 달할 수 있는 빠르고 힘이 넘치는 조형감각만이 필요하다.

▲ 초롱꽃, 61×73㎝, 1993

그래서 대사의 형태가 생략되거나 단순화되며 때로는 변형, 왜곡되기도 한다. 그처럼 일정한 형식적인 질서를 따르지 않는 분방한 형태해석이 오히려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왜 일까. 거기에는 잘 그리겠다는 의식이 담기지 않는 표현적인 욕구, 그 순수성만이 자리 하기 때문이다.

▲ 배꽃, 65×54㎝, 1993

특히 인물에서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색채배열이 신선하다. 형태 묘사 위주가 아닌, 감정표현에 우선함으로써 색채배열 및 이미지 구성이 획일성에서 벗어나 있다.

▲ 감이 익을 무렵, 53×65㎝, 1992

서로 조화되지 않을 것 같은 색채들을 끌어안은 강직한 윤곽선의 자유로움이 그러한 열린 형태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손문자 작가가 오랫동안 도예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그림에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 봄을 여는 목련, 73×91㎝, 1993

아마도 그것은 그림이라는 감정의 분출이 용이한 표현방식에 대한 열화 같은 열정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표현적인 절제 및 억제가 요구되는 도예작업의 그 끊임없는 긴장감에서 스스로를 해방 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형으로써 그림을 맞아들이게 되었으리라.

그림에 대한 뜨거운 열망은 그림에 관한 일체의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을 단숨에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여성답지 않은 힘찬 붓이 제스처에서 그 같은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누구와도 비교되기를 거부하는, 아니 의식조치 하지 않는 자유의지로써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을 뿐인 여류화가 손문자의 감상적인 표현 언어는 가식이 없어 신선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