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35×33㎝ 상감기법

손문자 작가는 1978년 선화랑에서 첫 개인전에서 도자를 선보였다. 그 도자의 특징은 흥미롭게도 도자의 표면에 훈민정음체를 모티프로 하여 디자인 하였다. 좁은 호와 고운 능선은 그의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손문자 작가는 1970년대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선생을 사사하며 10여 년간 서예에 매진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 20×20×15㎝

특히 손문자(ARTIST SOHN MOON JA)작가의 회화 작업에서 일관적으로 느껴지는 힘 있는 선과 직관적인 붓놀림 역시 서예로부터 닦은 기량이 뒷받침 되었으리라. 그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이화여자중학교 장운상 미술 선생과 이화여고 문미애 선생과 김병기 선생의 지도를 받으면서 예술가의 길로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졸업 이후 현 엘지애드(당시 금성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기량을 발휘했다.

▲ 25×25×31㎝

이 경험들은 손문자의 회화가 회화 장르 안에서 얻을 수 없는 아이디어를 직접 체득함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손문자 스스로 미술 사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었고, 타 장르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여류화가 손문자(孫文子)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장르에 대한 선택을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로 작업환경과 여건이 작용했다.

▲ 25×25×28㎝

1970~80년대 도자 작업을 할 당시 가마가 있는 경기도 이천에 매일 출퇴근 하다시피 다녔지만, 여건상 도자 작업을 지속시킬 수 없어 자택에 작업실을 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3년 강남예맥화랑에서 개최된 첫 회화전은 놀랍게도 대성공이었다.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몰렸고, 작품에 대한 애호층도 생겨났다. 이 전시를 발판삼아 파리에서의 1여년을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글=박정원(미술세계 편집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