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김 모씨(50)는 늦은 나이에 공무원 1차 시험을 통과했지만, 나머지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남겨진 수억 원의 빚이 공무원 시험 준비의 발목을 잡았다.

김 씨는 몇 해 전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시도를 했다가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통원치료 중이다. 자살 기도는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채무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그릇된 방편이었다. 

그는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에도 노력 끝에 대기업에 입사해 고액의 연봉을 받았다. 결혼 후 아이까지 낳았지만 아내가 사치벽이 심해 고액의 연봉으로도 감당이 되지 않아 이혼을 결정했다. 두번째 결혼도 했지만, 전처 사이에 낳은 아이 양육비, 빚 갚기 위한 추가대출등 생활고에 시달리자 다시 이혼했다.

그는 2015년 개인회생을 신청했지만,  매월 변제금 350만원, 아이 양육비 80만원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연체했다. 급기야 올해 2월 회사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하면 개인회생진행도 중단됐다. 

그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중이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그는 다시 채무를 조정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으나 워크아웃 신청이 반려됐다. 원채무가 3억원이었는데, 개인회생으로 1억원을 갚아서 원금이 줄어든 줄 알았는데, 이자분만 1억원이 갚는데 쓰였고 . 원 채무는 그대로 남았다. 개인회생 중단되면서 다시 연체이자가 부활해 총 채무가 5억 5000만원이나 됐던 것. 신용 채무가 5억원이 넘을 경우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파산을 통해 채무를 조정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계속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특히 인사혁신처에 문의했을 때 혁신처 관계자는 김씨에게 “파산절차에서 면책 결정을 받은 후 2년이 넘지 않으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공무원 시험 치르는데 문제없어...면책·복권으로 자격생겨"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신용채무가 5억원이 넘을 경우 개인회생신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워크아웃 절차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그는 현재 소득이 없다는 점에서 어쩔수 없다. 남은 것은 파산절차 뿐. 

파산절차를 밟으면 공무원 응시 그리고 임용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권은 파산선고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파산절차는 채무를 면책받기 위한 앞단계 절차다. 법관은 채무가 많아 파산을 신청한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거나 사기, 사치, 낭비 등 의도적으로 채권자에게 피해를 입힌게 아니라면, 모든 채무를 면책하는 결정을 내린다. 법원이 면책을 결정하면 채무자는 복권된다.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을 수도 있다. 파산절차에서 면책결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면책결정을 받으면 당연히 복권된다는 뜻이다.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김준하 사무처장은 “국가공무원법은 파산선고만 받고 어떤 사유로 인해 면책결정을 받지 못한 사람에 대해 공무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김씨의 경우 의도적으로 채권자에게 피해를 준게 아니고,  개인회생을 통해 변제를 위한 노력을 했던 점 등에서 파산절차를 밟는다면 면책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면책 받아 복권이 된다면 공무원 시험을 응시해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물론 면책을 받아 복권될 때 그 효력은 소급되지 않고 향후 발생하는데에만 효력이 있다. 이미 공무원 신분으로 있을 때 파산선고로 공무원 자격을 잃었던 사람은 나중에 면책과 복권에도 공무원 신분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처장은 이어 “공무원 자격은 3차 면접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며 “김씨의 경우 3차 면접 시점에 복권이 이뤄져 있어야 하는 만큼,  지금부터 파산절차를 밟아 면책과 복권을 미리 받아두는게 좋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법처럼 특정 직업과 관련한 법률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사람’을 결격사유로 두는 경우,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채무자 상황에 맞는 맞춤 정보 아쉬워

사전채무조정과 채무설계를 하는 사회공헌기업 ‘희망 만드는 사람들’ 서경준 본부장은 김씨의 사례에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채무자가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본부장은 “인사혁신처 관계자가 면책결정 후 2년이 되어야 공무원 응시가 가능하다고 회신한 것은 잘못된 설명”이라며 “관계자가 파산, 복권, 면책의 관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질 때,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 자격이 될 수 없다. 파산선고는 '2년'이라는 제한 기간도 없다. 면책결정이 곧 공무원 자격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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