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지난 13일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올리타.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국내 최초 글로벌 폐암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올리타’의 임상 중단 소식에도 한미약품의 주가는 안정세다. 업계는 이를 한미약품이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올리타 외에도 다양해 하나의 제품의 성공에 의존하는 시기는 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주가는 한미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올리타의 개발 중단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지난 13일 오전 49만원선까지 추락했지만 다시 반등해 전일 대비 0.18% 하락한 54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리타는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면서 큰 기대를 모은 3세대 표적 폐암치료제로, 다사다난한 기술수출 역사를 갖고 있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은 2015년 이 약의 기술을 이전받았다가 1년 만인 2016년 권리를 반환했다. 중국 자이랩(ZaiLab)도 2015년 올리타의 권리를 가져갔다가 올해 라이선스(License) 계약을 해지했다.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기술수출엔 실패했지만 이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는 데는 성공했다. 올리타는 2016년 국내에서 표적 항암제 내성으로 치료제가 없는 폐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시판 후 임상 3상 시험을 하는 조건으로 신속 허가를 받았다. 올리타에게 남은 건 임상 3상 시험뿐이었다.

문제는 올리타 말고도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라는 경쟁 약물이 시장에 나와 올리타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만 시판된 올리타와 달리 타그리소는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 투약 중인 상황이었다.

한미약품이 촉망받던 올리타의 개발을 멈췄지만 이 사실을 발표한 날 주가는 전일 대비 1% 미만으로만 떨어졌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한미약품이 올리타 외에도 갖고 있는 유망한 파이프라인이 있어 영향을 적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리타가 이런저런 부침을 겪으면서 시장의 기대가 약물 개발 중단 소식 전부터 떨어진 것도 있지만, 한미약품은 올리타 말고도 여러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면서 “한미약품은 이미 하나의 약물에만 집중하는 시기는 지난 제약사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15일 기준 9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해외 제약사에 기술 수출했다.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표적 항암신약인 'HM95573'을 미국 제넨테크(Genentech)에 기술 이전했다.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한 것이 오히려 한미약품의 전략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회사들의 파이프라인은 단일제품으로 이뤄져 있어 임상 결과가 미흡하더라고 개발 중단을 결정하기 어려운데, 이는 단일제품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미약품이 올리타의 개발을 중단한 것은 신약개발회사의 효율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임상 결과가 좋든 나쁘든 즉각 시장에 공표하고 투자자들과 소통한다”면서 “한미약품에서 다수의 파이프라인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 한미약품이 해외 제약사에 기술 수출한 후보물질 목록(15일 기준).출처=한미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