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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타야에서의 하루를 판매합니다"낮선 츠타야에서 아마존과 애플의 향기가 난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8.04.15  10:09:56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에 츠타야 서점이라는 곳이 있다. 출판왕국 일본을 덮친 초유의 불황에도 자기의 길을 걸으며 확장일로를 거듭하는 거의 유일한 서점이다. 2012년 일본 서점업계 전통의 거인 기노쿠니야를 누르고 연간 서적 판매고 1위에 올랐으며, 확보한 회원 숫자만 7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점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으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까? 일반적인 '장사의 본질'은 물론, ICT 업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플랫폼 인사이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츠타야 서점은 큐레이션 플랫폼 전략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위키디피아

큐레이션부터 브랜딩까지
츠타야 서점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하는 매장은 2011년 문을 연 다이칸야마 점, T-Site다. 다이칸야마는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 위치했으나 젊음의 거리인 시부야 역과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곳이며, 오히려 주택가에 위치해있다. 국내 출판상황을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내 중소형 서점이 대부분 고사한 가운데 일부 대형 서점은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소위 '목 좋은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츠타야 서점의 T-Site는 일반적인 의미의 '상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츠타야 서점의 노림수가 있다. T-Site는 시작부터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타깃층을 좁혔기 때문이다. T-Site의 타깃은 은퇴 후 시간은 많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도쿄 일대 주택가에 거주하는 시니어 층이다.

T-Site의 건물에 힌트가 있다. T-Site는 2층 높이의 3개 대형건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면적만 4000평에 달한다. 서점과 카페 등이 붙어있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콘셉으로 잡았다. 젊은층을 겨냥한 발랄한 스타일이 아닌, 중후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은퇴 후 도쿄 시부야 '주택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T-Site의 고풍스러운 사용자 경험에 녹아드는 구조다. 타깃층을 좁혀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급자 큐레이션 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확장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T-Site 큐레이션 전략의 백미는 내부 구성에 있다. 책 판매대는 흔한 서점처럼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 나눠져 있지 않으며 '인문과 문학, 아트, 건축, 요리' 등의 세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소 추상적이다. 이유가 뭘까? 츠타야 서점을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출판한 저서 <지적자본론>에서 "고객의 시선에서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장르별로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츠타야 서점에는 책이 단순하게 진열되어 있지 않으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요리와 관련된 책이 진열되어 있으면 주변에 요리 도구와 학습 프로그램 청강권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찾아와 '요리 관련 책'만 뒤지는 것이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큐레이션받는 전략이다.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이 부분만 집중하면 답이 나온다"면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고객이 서점에 와 자동차 관련 책만 보는 것을 넘어, 자동차와 관련된 방대한 책 이외의 지식을 쌓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서점의 존재이유를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으로 확장시키는 순간이다. 현재 츠타야 서점에는 네일아트 서비스가 제공되며 장난감을 판매하는 한편 카메라 전문점까지 구비하고 있다.

큐레이션 전략은 서점의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시킨다. 서점치고는 이른 오전 7시에 문을 열며, 오후 10시가 되어야 문을 닫는다. 심지어 택시 승강장까지 마련해 원만한 이동을 돕는다. 서점을 찾는 시니어들이 비교적 편안하게 츠타야 사용자 경험을 체감할 수 있도록, 다른 서점의 고정관념을 단숨에 넘어버린 셈이다. 숙박을 위한 호텔에 택시 승강장을 마련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서점에 전용 택시 승강장을 구비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 츠타야 서점 T-Site가 위치한 한적한 주택가. 출처=위키디피아

플랫폼의 정의가 변한다
츠타야 서점의 시도는 다양한 플랫폼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모든 전략이 큐레이션으로 귀결되는 장면이 흥미롭다.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플랫폼의 정의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인류 역사시대에는 수공업으로 만든 제품이 그대로 제공되는 구조였지만, 산업혁명 후 대량생산 시대가 열리며 공급의 숫자가 많아졌고,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급력을 무기로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다. 그는 "중앙집권형 유통 권력은 붕괴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장터에 문을 연 플랫폼도 차별화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플랫폼이 유통을 담당하며 고객의 열망을 설계하고 확장시켜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서드 스테이지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한 중앙집권 플랫폼을 넘어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사용자 경험 확장이다.

ICT 플랫폼 기업들에게 '중요한 충고'다. 먼저 시니어를 겨냥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은 플랫폼 타깃층의 세밀한 분석을 요구한다.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큐레이션 전략은 넘쳐나는 온라인 콘텐츠 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보인다. 사용자에게 정해진 플랫폼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끝없이 확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책이라는 아이템 하나를 중심에 두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템을 공격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모든 ICT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큐레이션을 제공하며 고객의 열망, 즉 소비욕구를 사업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오는 전략도 필요하다. 츠타야 서점에는 고객의 큐레이션을 돕기 위한 직원들이 일종의 '북믈리에'처럼 일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판매직원이 아니라 고객이 찾는 책을 통해 해당 고객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함께 고민해주며, 책 이상의 가치를 찾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건담을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애니메이션 책 코너를 방황할 경우 책믈리에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손자의 취향을 최대한 공유한 후 알맞는 책을 골라주는 한편, 손자에게 선물하면 좋아할법한 프라모델도 권유한다. 나아가 손자와 더 소통하기를 원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건담 프라모델 강의를 소개하기도 한다.

ICT 플랫폼들은 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네이버는 최근 스몰 비즈니스 전략 확장을 위해 사업자들에게 인공지능 빅데이터 전략은 물론, 자동 해시태그와 상품추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상품을 보러올 때 '고객이 좋아할법한 다른 상품'도 인공지능으로 권하는 전략이다.

츠타야 서점이 평범한 오프라인 서점을 인문학에 가까운 '사유의 장'으로 변화시킨 대목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책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큐레이션으로 무장된 '지적 놀이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국내 O2O 시업들이 일반적이고 정형적인 공간을 획기적인 기획력으로 바꾸는 사례와 오버랩된다. 단순한 독서토론 동아리를 새로운 인맥 교류의 장으로 변화시킨 트레바리나, 프리미엄 독서실을 표방하는 작심독서실이 대표적이다.

   
▲ 무인매장 아마존고가 열렸다. 출처=뉴시스

"무엇을 파는가?"
츠타야 서점의 변신은 아마존과 애플의 전략과도 닮았다.

아마존은 전자책 서비스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루는' 만물상으로 변신했다. 아마존은 이 과정에서 확보한 빅데이터와 플랫폼 전략으로 세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는 츠타야 서점의 성장과 닮아있다.

아마존의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고'는 더욱 노골적이다. 국내에서 실험적으로 가동되는 일부의 '무인 편의점'이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점원이 없는 편의점'에만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나 도움이 될 뿐, 키오스크 앞에서 우왕좌왕하거나 복잡한 기술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아마존고는 점원이 없는 것을 넘어 아예 계산대를 없애버렸고, 온라인 구매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풀어내는 것에 더욱 집중한 사례다. '져스트 워크 아웃'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하지만, 아마존은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의 연장선으로 풀어내며 사업의 핵심을 '비용 절감'이 아닌 '판매 방식의 철학'으로 집중시켰다. 아마존 서점의 책 진열대에 걸린 책들이 모두 표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책을 구입할 때 표지 이미지를 보면서 선택하고, 아마존의 오프라인 서점은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연장'시키고 있다.

츠타야 서점도 단순한 복합 서점'몰'이 아니다. 국내 대형서점들이 책 외에 장난감, ICT 기기, 문구류를 팔면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츠타야 서점은 모든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일종의 통합 생태계를 구사하고 있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서점에 젊은층이 많이 찾아온다고 그들이 좋아할법한 '예쁜 문구, 팬시류'를 기계적으로 깔아두는 것이 국내 대형서점의 전략이라면, 츠타야 서점은 장르파괴로 진열된 책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큐레이션 전략을 구사한다는 차이가 있다.

국내 서점이 출판사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아 사람들이 자주 찾아올 법한 매대에 자기개발서 서적을 깔아버리는 순간, 이미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 됐다.

츠타야 서점과 애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브랜딩 전략을 바탕으로 '상품 이상의 것'을 파는 전략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스토리텔링과, 애플이 가지는 혁신의 철학을 자기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 지갑을 연다.

츠타야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요리책'만 파는 것이 아니며 '요리책 주변에 진열된 요리도구'만 파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른 시간 매장을 찾아와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떠나는 고객에게 '츠타야에서의 하루'를 판매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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