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각)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그러나 지난 10월에 이어 다시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는 우려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함으로써 우리 외환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피했다. 그러나 2016년 상반기 보고서부터 다섯 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만큼 환율조작국 지정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외환시장 개입 공개'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 미국 재무부 주요국 평가 내용.출처=기획재정부

14일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종합무역법상 환율조작국 또는 교역촉진법상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번 보고서는 교역촉진법상 관찰대상국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기존 5개국에 인도를 추가해 6개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미국은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조작국을 지정해왔는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5년 교역촉진법을 만들어 환율조작국 기준을 구체화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은 세 가지다.  현저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국내총생산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국내총생산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이다.

이 가운데 두 가지가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 미국은 대미 무역흑자 요건 1개만 충족했으나 과다한 대미 흑자 규모 탓에 포함됐고 일본과 독일은 대미 흑자와 경상흑자 요건으로, 인도는 대미흑자와 시장개입 때문에, 스위스는 경상흑자와 시장개입 요건 때문에 각각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는 두 가지에 걸려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50억달러 감소한 230억달러이고 서비스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 흑자는 103억달러라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1%(2016년 7%)로 나타났다. 다만 외환시장개입 규모는  GDP 대비 0.6%여서 기준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안심은 이르다. 미국 재무부는 교역촉진법에 따라 4월과 10월 두 차례 의회에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만큼 10월 보고서에서 얼마든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여지가 있다. 더욱이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 등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신속히 공개할 것으로 권고했다

우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강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 금융지원을 금지하고 환율조작국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게 차단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를 통해 환율조작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무역협정을 맺을 때 환율조작국의 통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시정 노력 등을 연계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가장 큰 숙제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IMF도 지속해서 권고한 사항이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우리 정부 역시 공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은 자율에 맡기돼  급격한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만 '미세 조정'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개입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개입 내역 공개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개입 공개를 의식한 정부가 시장개입에 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면 조절 능력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비판론도 있다. 정부의 개입 내역 공개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