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코미디언이 말한다. "세상에는 참 바보같은 사람들이 많아. 그 중에서도 가장 바보가 누군지 알아? 2000원 티셔츠를 사면서 배송비로 2500원 내는 사람이지" 청중들도 웃고 TV로 쇼를 보고있는 시청자들도 웃는다.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00원 티셔츠를 사면서 배송비로 2500원을 내는 사람은 과연 '바보같은 사람'일까?

무료 플랫폼의 불편한 진실
 

세계 최대 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날선 공세에 시달려야 했으며, 각 국의 수사당국은 페이스북을 정조준하며 공세의 수위를 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초유의 정보유출 논란이 벌어진 후 서드파티의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인 개인정보 '수집'을 제한해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의 대처는 지극히 원시적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세계 20억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이며, 사람들은 회원가입만 하면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여기서 '20억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어떻게 무료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억명이 쏟아내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에만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광고 수익으로 플랫폼을 유지한다. 사람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북적이는 자기 플랫폼에 광고주를 끌어들여 그들에게 광고비를 받는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 사람들이 많으니 와서 광고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페이스북은 자기들의 플랫폼에 가입한 개인 사용자의 정보를 광고주들에게 제공하며, 광고주들은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타깃 마케팅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 즉 서드파티 앱 사업자가 자기가 확보한 개인정보를 페이스북과 약속된 범위내에서만 활용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서드파티 앱 사업자가 확보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시켰기에 불거진 셈이다. 즉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트럼프 대선 후보 캠프에 흘리면 약관위반이 되는 셈이다.

페이스북의 대처가 원시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드파티 앱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규제하지 말고, 제3자에게 흘리는 등의 일을 방지하는 한편 개인정보의 활용처를 면밀히 추적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인지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이 가지는 민감한 파급력을 고려해 국면전환을 위한 '초강수'를 두는 과정에서 서드파티 앱 사업자의 개인정보 확보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개인정보 이슈는 중요하다.

페이스북 사태가 남긴 교훈 중 하나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가 가지는 빛과 그림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대처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최근 많은 사람들은 '무료로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째는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고 개인정보를 철저히 지키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의 돈을 받아 페이스북이 플랫폼 유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듯한 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유료가 되면 당장 이용자 확장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청문회에 선 저커버그 CEO는 "광고에 기반을 두는 것이 세계인을 연결하겠다는 우리의 목표와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유료로 전환하면 이용자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이는 광고 기반의 현행 방식과 비교하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두 번째는 페이스북을 무료로 유지하며 개인정보를 철저히 지키는 방식이 있으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확장성을 유지할 수 있으나 페이스북 플랫폼 유지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광고 사업자에게 타깃형 마케팅을 제공할 수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소지가 크다. 마지막으로는 페이스북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개인정보를 서드파티 앱 사업자에게 제공하되 확보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양을 줄이는 방식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선택한 방식이며 가장 현실적이다. 다만 개인정보 활용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부터 유료였다면?

페이스북 사태는 무료 서비스로 보이는 플랫폼이 사실은 '유료'였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지나가는 대목이면서 새삼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지만, 이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당장 TV 광고를 생각해보면 된다. 우리는 TV만 구입하고 지상파 직접수신 안테나를 설치하면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무료가 아니다. 수신료는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TV 광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TV 광고에 노출되는 순간, 광고 사업자가 지불한 돈이 지상파 방송사 사업자의 지갑에 꽂힌다. 저커버그 CEO는 청문회장에서 "인터넷의 시작 당시에도 있었던 논쟁"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가설을 세워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왜 대부분의 비즈니스 모델을 처음부터 무료로 했을까? 유료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대부분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무료인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를 모아 트래픽을 키우면 그 자체가 돈이 되는 시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IT 칼럼니스트 맥 스컬스는 자기가 공저로 참여한 '제3지대 인터넷'을 통해 이를 인터넷의 발전 모델로 설명했다.

그는 "TV 시대부터 존재한 논리, 즉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흐른다는 원칙'이 인터넷 시대와 만나며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면서 "수동적인 정보전달이 아닌, 능동적인 정보전달이 핵심인 인터넷 시대를 맞아 네티즌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으며, 가장 능동적인 구매 예정자가 됐다"고 말했다.

맥 스컬스의 주장은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나고, 많은 이용자들이 능동적으로 몰려가는 순간 트래픽을 중심으로 삼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했다는 논리다. 당연히 플랫폼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야 하며, 서비스는 무료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무료 플랫폼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으며 세계 최대 플랫폼인 SNS까지 탄생했으나, 생태계 전략이 정점에 달한 지금 무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료'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유료'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돼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페이스북처럼 '사고'가 벌어지거나, '플랫폼 성장 한계'가 찾아올 때 벌어진다.

후자의 경우 국내의 카카오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전국민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을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발전시키며 성장했으며 빠르게 이용자를 모아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추가하며 편리한 O2O 시대를 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카카오톡과 관련된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중심이 되어 카카오 T 택시의 유료 서비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으나, 이해 관계자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와 규제당국의 반발도 문제지만 대부분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 부가 서비스가 유료로 전환되는 장면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의 수요와 공급 조절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향후 카풀 서비스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으나, 유료화 서비스에 대한 근원적인 반발도 큰 고민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달료도 마찬가지다. 현재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이 포진한 배달앱 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장 큰 화제는 배달료다. 교촌치킨은 내달부터 2000원의 배달료를 추가로 받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지금까지 우리는 치킨을 배달시킬 때 당연히 치킨값만 냈지만, 이제는 별도의 배달료를 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무료 플랫폼이 유로 플랫폼으로 전환되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배송비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부분의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현재 낮은 배송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고객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구조지만, 낮은 배송비 전략은 지금도 물류산업의 기본을 철저히 무너트리고 있다.

무료에서 유료로

무료 플랫폼 비즈니스는 별도의 수익구조를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 이유로 페이스북 정보유출 논란은 무료 플랫폼 서비스의 본질을 고민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무료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익구조를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무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찾아온다면, 다소의 반발을 감수하고 유료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사업의 구조에 따라 특화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플랫폼 영속성을 위해 냉정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무료였다고 앞으로도 반드시 무료일 필요는 없으며, 관건은 플랫폼 연속성이다. 국내 미디어 플랫폼 사업 관계자는 "무료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려면 이용자가 개인정보 제공과 같은 반대급부를 충분히 인지하고, 무료에서 유료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도 플랫폼 연속성의 기준에서 각자가 유연하게 선택하면 그만"이라면서 "만약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했을 때 많은 반발과 직면해 플랫폼이 무너지면, 이는 플랫폼의 한계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할 때 냉정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전제로, 오로지 플랫폼 연속성만 보고 가면 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 부분에 대한 이용자들의 전향적인 의식의 변화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