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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앤북] “퇴사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최혜빈 기자  |  choi0309@econovill.com  |  승인 2018.04.15  15:45:23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엘리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작년, 저서 <퇴사하겠습니다>로 직업 없이 사는 50세 미혼 여성으로서의 삶을 드러내 화제가 되었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신간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에서 자기의 심플 라이프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본 명문 국립대인 히토츠바시 대학 사회학부를 졸업하고,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했다. 그는 이른바 ‘한번 들어가면 좀체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직장에서 퇴사하게 된 계기를 ‘회사에서 주는 돈에 지배당하기 싫다’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풍족한 월급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온갖 물질에 휘둘렸던 자기를 내려놓으면서 진정한 행복을 깨달았다. 돈을 벌기 위해, 자기의 의지가 아닌 억지로 했던 일들에서 놓여나니 온전한 자기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는 일이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 즉 기쁘고 재미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직업이 없으니 수입도, 보험도 없는 그가 최소한의 살림으로 간소하게 사는 삶을 선택한 것은 필연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심플 라이프를 살게 된 계기는 퇴사 이전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이다. 그는 ‘탈원전 계획’을 자기 개인 차원에서 이행하기로 결심한다. 그간 전기를 사용하며 누렸던 안락한 삶을, 가전제품을 하나하나 버리면서 실천에 옮겼다.

그는 청소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우리가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것들을 버리고, 그것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설명한다. 청소기는 그것을 집어들기까지가 무척 귀찮게 여겨지는 물건이다. 저자는 청소기 대신 걸레와 빗자루를 선택했다. 그는 ‘마룻바닥을 걸레로 닦는 일은 일종의 마음 수양이다’라고 생각하고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했다. 원래 집안일 중 청소를 가장 싫어했던 저자는 청소기를 버린 이후 마음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냉난방 시설을 포기한 저자의 집은 자연스럽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본래 더위를 잘 타지 않는 체질인 저자는 근처 카페에서 간간이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이동 난방 기구로 몸을 따뜻하게 했다. 옷을 여러 겹 입고 뜨거운 물을 안고 있으면 겨울에도 충분히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히터를 켜지 않는 나의 집은 정말이지 춥다. 다시 말해 집이 냉장고나 다름없다는 말씀’이라며 냉장고 코드를 뽑았다. 냉장고 속 반찬들과 야채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베란다에 놓고 신문지로 덮었다. 하지만 한꺼번에 밥을 해서 냉동해두는 습관이 있던 저자에게 냉장고의 냉동 기능은 절실히 필요했다. 전기를 절약하려는 그에게 밥을 오랫동안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전기밥솥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해답을 에도시대 사극에서 찾았다. 살균 기능이 있는 나무 밥통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나무 밥통을 사서 밥을 지어 본 그는 곧 전기밥솥으로 만든 밥보다 훨씬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나무 밥통에 담긴 밥은 식어도 맛이 좋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잘 상하지 않았다.

월 전기요금 150엔(한화 1491원)을 내며 사는 저자는 불편할 것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편안한 말투로 깨버린다.

“‘없으면 안 된다’고 믿었던 것들이, 놀랍게도 없으면 없는 대로 살 만하다(…) 아니다, ‘없는 편이 정말이지 속 편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사한 작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옷과 구두, 식기, 책 등 일용품들까지 거의 버렸지만, 그는 거침없이 ‘자유롭다’고 말하며 ‘누군가 1억엔을 주면서 냉장고를 써달라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서 자신의 독특한 ‘심플 라이프’에 대해 느끼는 점을 솔직하게 밝힌다. 타인의 평가에 의식하지 않고 살기로 결심한 이후부터, 마음이 이른바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가뿐해졌다는 것이다. 심플한 삶은 심플한 마음 상태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가전제품과 함께 욕망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을 얻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저것만 가지면 행복해질 텐데’라는 생각, 즉 행복에 대한 전제가 소유에 있다는 것이 잘못임을, 저자는 몸소 심플 라이프를 살아내며 증명해 보인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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