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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제도 국제회의 "경영악화 없어도 회생절차 밟을 수 있어야"채무회생법학회 춘계 국제학술 심포지엄 열려
양인정 기자  |  lawyang@econovill.com  |  승인 2018.04.13  18:01:48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기업에 대한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회생절차의 신청조건을 미국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임치용 변호사는 13일 국회 소회실에서 열린 채무자회생법학회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임치용 변호사는 ‘세계 주요국 기업회생제도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경우 채무자가 스스로 파산신청을 하면 별도의 회생조건을 밝히지 않고도 법원의 구제명령을 받을 수 있다”며 “기업이 스스로 이른 시점에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이 같은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기업의 채무가 자산을 초과하고 금융비용을 더 상환할 수 없다는 점을 법원에 밝혀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은 기업이 미리 구조조정 할 시기를 놓치고 기업이 재무적 상황이 최악이 될때 법원 주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임 변호사는 “미국과 같은 제도는 기업이 재무적 위험이 없어도 기업구조의 재편 등을 이유로 회생절차를 밟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도는 사람이 아파서 중환자실에 가야만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먹는 약이나 주사를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국과 같이 광범위한 ‘자동중지제도(Automatic Stay)’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자동중지제도는 기업이 회생신청과 동시에 채권자의 모든 강제 채권 회수 행위를 중지하는 제도다. 기업이 회생신청을 하면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 결정을 기다려야 채권자의 채권 회수 조치가 금지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임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현행 포괄금지명령은 일반채권자와 담보채권자의 강제집행만을 중지할 수 있고 나머지 채권에 대해서는 기업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며 “임금채권 등 강제채권회수가 가능한 채권에 대해서도 기업의 상황 등을 고려해 법원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채무자회생법학회가 13일 국회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치용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성수 교수(과학기술대학), 안청헌 회장(사단법인 중소기업을 돕는 사람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라이선스 이용자 보호 시급...국제 동향은?

우리나라 채무자회생절차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기술사용자(licensee)를 보호할 장치가 없다는 점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지적됐다.

현행회생제도는 기업이 회생절차를 밟으면 거래 상대방과 아직 완료하지 못한 계약은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

기술사용자의 보호문제는 미국 선에디슨(SunEdison)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태양광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혼란을 겪으면서 불거졌다.

이날 소개된 일본의 회생절차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전입신고를 마친 임차권처럼 대항력을 갖춘 특허권은 회생기업이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은 기술사용자가 라이선스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유지하되 새로운 기술은 사용이 가능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중국,시장중심 회생절차로...일본·독일, 회생절차 활용도 감소

중국은 그 동안 투자과열과 공급과잉에 따른 과대한 생산능력을 조정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경제개혁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중국은 2016년부터 좀비기업 정리하는 과정에서 시장화 기업도산이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정법대학 오일환 교수는 “중국은 이제 정부 주도 기업도산이 아닌 시장주체들이 주도해 법률 규정에 따라 회생절차를 진행한다”며 “법원은 재판과 감독의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심포지엄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회생절차는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법원은 2017년 총 9525건의 회생·파산사건을 접수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68.4%가 증가한 수치다. 다만 법관의 전문성 부족은 여전히 중국 회생제도의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과 독일의 회생절차는 점점 활용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업을 양도하는 스폰서형 일본 회생제도가 일본기업의 회생신청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일본 와세대 대학 야마모토 켄(山本研)교수는 “일본의 낮은 경제성장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채무자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채무를 갚아 나가는 회생계획이 줄어들고 사업을 양도하는 스폰서형 회생계획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민사재생절차의 신청 건수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회생절차는 2009년 1만11424건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계속 줄어 2016년에는 6967건에 그쳤다.

반면 독일은 경제상황이 좋아 기업도산의 수가 줄고 있다. 이 때문에 도산절차의 적절한 기능도 점차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 개정이 법원 밖 구조조정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한국법제연구원 장원제 박사는 “독일이 최근 재정난 상황에서 자금이 유출될 경우 이를 회수하는 부인절차를 강화하자 법원 밖에서 채무상환과 함께 이뤄지는 구조조정을 방해하고 있어 기업들이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김용길 회장(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자동차 산업과 조선 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회생제도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의 회생제도의 현황과 전망을 통해 구조조정에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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