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산업국장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한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의 인도 시기가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도입할 글로벌호크 4대 모두 내년에 도입된다. 연내 도입이 무산되긴 했지만 내년 말까지 4대가 모두 도입되면 우리군의 대북 감시, 정찰능력이 비약하듯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호크는 20km 상공에서 지상의 30c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고고도 정찰기다. 주한 미군이 운용 중인 유인 고고도 정찰기 U-2와 비슷한 임무를 수행하지만 지상에서 조종하는 무인기여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돼 인명손실을 볼 위험없이 북한의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등을 정밀 감시, 정찰 할 수 있다.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킬체인(Kill Chain)은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타격한다는 것인데 킬체인의 눈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정찰기다. 글로벌 호크는 유사시 최일선에서 눈 역할을 하면서 킬체인 작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이 도입하는 것과 동일한 글로벌호크 블록30

글로벌 호크 4기 내년에 전부 들어온다

13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미국은 해킹 방지 등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글로벌호크 2대의 인도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조정한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군은 당초 글로벌호크를 올해 하반기 2대, 내년 하반기에 2대 등 모두 4대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미국 국방부 산하 안보협력국은 지난 2012년 12월 24일 12억달러에 4대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했다고 의회에 통보했고 2014년 판매를 정식으로 승인했다. 한국 군 당국은 지난해 10월 글로벌호크 4기 구매를 공표했다. 지난해 12월에 2대를 인수해 정찰부대를 창설 예정으로 있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2대, 내년 2대를 인수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3일 "2대의 인도가 지연되지만 나머지 2대의 인도 일정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호크 4대는 모두 내년 말까지 한국에 인도될 것이라는 뜻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인도 시기도 1년씩 늦춰졌다"면서 "앞으로 해킹 방지 등 사이버 보안이 더 강화된 글로벌호크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는

우리군이 도입할 글로벌호크는 블록30형이다. 블록 30형은 전자전 지원 장치(ESM)가 장착된 글로벌호크다. ESM은 적군의 무선통신 및 적 전파를 수집해 적 기지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기타 정보를 감청할 수 있는 장비들이다. 그 중 감청장비인 SIGINT가 있는데, 한국이 도입하는 글로벌호크는 SIGINT가 없다고 한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까지 한국의 기술로 SIGINT 감청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호크는 높은 고도에서 오래 날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연료를 탑재하는 만큼 덩치가 크다. RQ-4B형의 경우 길이 14.5m, 동체 포함 날개 너비 39.9m, 높이 4.7m다. 자체 중량 6.8t에 연료와 각종 장비를 탑재한 최대 이륙중량은 14.6t에 이른다.  순항속도는 시속 575km, 최고속도는 시속 629km로 결코 느리지 않다.

의회통보문에 따르면, 한국은 적외선 전자ㆍ광학탐지 장치(infrared/electro-optical)와 전천후 영상레이더인 합성개구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 imagery), 지상목표물 이동 탐지장치(ground moving target indicator), 임무통제 장치(mission control element) 등의 통합 정찰 감지장치(EISS)를 장착한 글로벌호크 구매를 요청했다. 미국이 한국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런 정밀 장치가 탑재되는 만큼 가격도 비싸다. 2012년 의회에 통보한 가격이 12억달러이지만 실제협상 가격은 더 비쌀 수도 있다. 그 가격만을 기준으로 해도 대당 3억달러니 대단히 비싼 항공기다. 탑재되는 장비와 적용되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격은 더 상승했을 수도 있다. 요즘 환율을 적용하면 대당 3200억원이 넘는다. 

방산업체 노드롭그루먼이 생산하는 글로벌호크는 레이시언이 생산한 EISS로 지상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으로 지상의 30cm 크기물체를 식별까지 식별할 수 있어 첩보위성 수준급의 무인정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전 비행시간도 38∼42시간이며 작전반경은 3000㎞에 이른다. 1m의 해상도로 정찰하면 24시간 동안 13만8000 제곱 킬로미터를 정찰할 수 있고 30cm 해상도로 정찰하면 7600제곱킬로미터의 공간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체공하면서 넓은 면적을 감시할 수 있어 한국군의 입맛에 딱맞다. 특히 북한의 탄도탄 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지상에서 각종 미사일을 탑재하고 이동하는 북한의 TEL을 감시하고 경계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기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글로벌호크는 미국에서 성능이 실증된 정찰기다. 1998년 2월부터 20년간 생산됐다. 2012년 발표 당시 이미 15만 비행시간과 75%의 전투 작전 임무 수행이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글로벌호크는 군사임무 외에 대테러 임무,해적 퇴치, 과학과 환경 조사 등에도 투입됐다. 2011년 일본 도후크 지진과 쓰나미 발생 때와 2013년 아이티와 필리핀 태평 발생 때 지원임무에 나섰다. 

현재는 백두•금강 정찰기로 정보 수집

현재 한국군은 미군의 정찰 위성과 U-2 정찰기가 수집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군은 자체 정찰기를 이용해 대북 정보 수집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백두 정찰기다. 한국군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호음을 탐지하기 위해 RC-800 백두(신호정보)•금강(영상정보) 수집 정찰기 4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 정찰기의 탐지범위는 백두산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군은 북한의 각종 미사일 장치에서 발생하는 기계신호음과 로켓엔진의 화염까지 탐지하는 신형 백두 정찰기도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형 백두 정찰기는 체공시간이 6시간 이상, 운행고도 약 1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