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관심은 가상화폐의 통화적 가치가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된 기술이다.      출처= Material Handling and Logistic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던 가상화폐가 최근 추락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은 극과 극을 달린다. 10만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낙관과 0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이 동시에 나오면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가상화폐의 통화적 가치가 아니라 그 이면에 내재된 기술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지금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Cryptocurrency)나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한 자금 조달 같은 ‘암호화’ 열풍 속에 휩싸였다. 모든 벤처 자본가나 기술 전문가들 주위에는, 이 세계를 17세기 암스테르담 튤립 마니아의 21세기 버전으로 만들려는 최소한 몇 명의 괴짜 청년들이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맴돌고 있다.

그런 온갖 소동이 그 이면의 기술인 블록체인과 관련된 선의의 진실까지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암호의 출현 중에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크고 가장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블록체인이라는 가장 평범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찾을 수 없으며, 누구를 하룻밤 사이에 억만장자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 기술은 세상의 가장 중요한 산업들에 가장 필요했던 변화를 몰고 왔다. 이 기술이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고, 선박의 화물을 관리하고, 분쟁 광물(Conflict Materials, 아프리카 분쟁지역 10개국에서 생산되는 주석, 탄탈, 텅스텐, 금 등 4가지 광물을 이르는 말)의 기원을 찾고, 우리가 먹는 음식의 안전을 보장하는(이보다 훨씬 더 많다) 새로운 방법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밀라노 부티크에서 팔고 있는 특정 다이아몬드가 러시아의 어느 광산에서 생산되었는지를 증명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무엇이냐고? 기본적으로 여러 컴퓨터에 분산되어 있는 안전한 데이터베이스 또는 원장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거래에 대해 동일한 기록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중 한 가지 것을 부당하게 변경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크립토’(Crypto)란 기본적으로 암호화되어 있다는 의미로서, 거래에 관련된 에이전트들이 안전하게 상호 교류(예를 들면 자산 거래)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한 번 거래가 이루어지면 블록체인이 그 거래를 불변의 기록으로 유지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이런 산업들을 완전히 변혁시키는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다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이 기술이 신뢰와 영구적인 기록이 필요한 거래에 최고의 적합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많은 다른 당사자들의 협조를 필요로 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면 집합 행위 문제, 즉 집단적으로 이로운 것을 개인들이 채택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피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문제는 하나의 회사가 새로운 표준을 추진해 그로부터 이로움을 취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세 번째 이유는 이른 바 가상화폐를 둘러싼 고조된 분위기다. 가상화폐에 대한 현재의 흥분이 개발자들을 끌어들여 이 기술의 채택을 고무시킨 것이다. 비영업부서 업무와 물류 정보 기술 (Logistics IT)에 대해 “못 쓸 정도만 아니라면 그대로 쓰라”(If it ain’t broke, don’t fix it)는 태도를 취한 기업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유행어를 들으면 기존의 그런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데 기꺼이 많은 돈을 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보면, 블록체인은 또 다른 유행어인 ‘클라우드’(Cloud)와 유사하다. 클라우드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클라우드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클라우드는 많은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 서비스에 비용을 부과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져왔고 기존 회사와 지원 기술의 생태계에 파괴적인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부서를 창출했다. 블록체인도 똑같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원장으로, 220만개의 다이어몬드 하나 하나를 광산에서의 채굴에서부터 보석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인도되기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모든 것을 체인으로 묶는다

물류를 묶는다. 치킨이나 아몬드 우유를 포함해, 월마트에서 판매되었거나 판매 중인 110만 가지 품목이 이미 블록체인으로 묶여 있어, 회사는 이를 통해 제조사에서부터 매장 선반으로 오는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글로벌 해운 회사인 머스크(Maersk)도 IBM으로부터 같은 기술을 받아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추적함으로써 운송과 통관을 보다 빠르고 쉽게 관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거대 기업에서 진행되는 전반적인 추적 작업의 일부분이지만, 회사 내에서나 업계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상품을 추적하는 회사는 월마트와 머스크 외에 크로거, 네슬레, 타이슨 푸드(Tyson Foods), 유니레버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발표되지 않은 회사들이 많다고 IBM의 브리젯 반 크라링겐 플랫폼 및 블록체인 사업부 수석부사장은 말한다.

전 세계에 인증된 모든 다이아몬드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 등록부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2014년 4월에 설립된 회사인 ‘에버렛저’(Everledger)는 블록체인을 이용해 다이아몬드 등 귀중품 공급망 관리에 적용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이 지난 수천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보석, 그림 등 귀중품의 위조와 변조, 절도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에버렛저는 원산지를 증명하는 종이 문서 대신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인증서를 활용해 디지털 장부를 발급해 이전 거래 내역, 현재 소유주에 대한 기록을 공유해 위조, 변조 문제를 해결했다.

에버렛지는 이미 220만개의 다이아몬드를 등록부에 올렸다. 이 회사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린네 캠프는 매월 약 10만개의 다이아몬드를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복제될 수 없는 특징’을 포함해 모든 다이아몬드에 대한 40가지의 다른 측정값을 기록함으로써, 에버렛저는 그 다이아몬드가 땅 속에서 캐내진 순간부터 소비자의 손에 들어 간 날까지의 전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그 다이아몬드를 캔 광부에서부터 소매 업체에 이르기까지 체인의 모든 참여자는 에버렛저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데이터의 완전한 복사본과 함께 하나의 접점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만일 훔친 다이아몬드를 보석상에 판매하려고 시도하면 보석상 주인은 에버렛저에 이력을 요청하고, 도난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중개인은 인수를 거절하고 에버렛저는 경찰과 보험회사에서 이에 대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카타센스(CartaSense)는 이스라엘 텔 아비브(Tel Aviv)에 있는 8년 된 화물 운송 회사다. 이 회사는 화물 팔레트에 인터넷 연결 센서를 설치하고 분석 기술을 이용해 상품이 언제까지 지연되면 손상될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카타센스의 고객들은 스캔 또는 서명한 종이 문서를 주고받는 대신, 카타센스가 패키지, 팔레트, 운송 컨테이너의 모든 이동 단계를 기록한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 세계 최대 화물 회사 중 하나인 ‘퀴네 앤드 나겔’(Kuehne & Nagel)도 카타센스의 고객사다.

글로벌 해운업체 머스크는 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선적된 컨테이너를 추적, 운송, 통관 업무를 신속하게 수행한다.

▲ 글로벌 해운업체 머스크는 IBM의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선적된 컨테이너를 추적, 운송, 통관 업부를 신속하게 수행한다.       출처= 위키피디어

코드로 규정을 대체하다

블록체인은 신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기업이나 중앙 정부에서 먼저 구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두바이는 “2020년까지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레곤 대학교의 스티븐 맥키온 재정학 교수는 두바이의 부동산 업계도 블록체인 기술로 업무를 능률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부동산 거래의 중앙 기록을 블록체인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두바이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을 보다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상에서의 그런 ‘스마트 계약’은 코드이기 때문에, 계약이 어떻게 수정되고 소유권이 어떻게 이전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칙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블록체인은 법 집행의 의무를 관료에서부터 컴퓨터로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은 특정 계좌로만 이체될 수 있게 하거나, 에스크로에서 자금 이체와 같은 또 다른 조건이 충족된 후에만 양도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기술과 이동성 모두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세대를 좌절시키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인지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장 정당화할 수 있는 회의론은, 블록체인은 혁명적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블록체인은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거의 다르지 않은 시스템을 부르는 마케팅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건전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카타센스 같은 회사조차도 자신의 시스템을 ‘블록체인 같은 기술’(Blockchain-Like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근본적인 합법적 기술, 즉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새로운 표준이 인터넷으로까지 이어지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언젠가는 우리가 투표하는 방식에서부터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이든 우리가 구매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의 기저가 되는 기술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