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부품 계열사인 마그네티 마렐리를 내년 초 분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현지시간) 보도한 후,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한 코멘트를 내놓지 않고 있으나 13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전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919년 설립된 마그네티 마렐리는 1967년 FSA의 자회사가 된 후 현재 세계 30위권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와도 일부 협력하고 있다.

외신은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FCA가 마그네티 마렐리를 분사시켜 주주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준비하는 한편,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 마그네티 마렐리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재용 부회장은 한 때 FCA 지주회사 엑소르의 사외이사였으며, 전장사업에 진출해 하만과 함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도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지난 2016년 8월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가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일부, 혹은 전체를 인수합병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16년 4월 삼성전자의 미래동력을 중장기적으로 가다듬는 종합기술원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연구직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히고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는 한편, 삼성전자 부품솔루션(DS) 부문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TF)가 신설된 직후의 일이다.

그러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자(CEO)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을 두고 즉답을 피했고,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며 이재용 부회장이 엑소르 이사회에서도 물러나자 인수합병 논의는 종적을 감췄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는 선에서 전장사업 전략이 정리됐다.

인수합병 가능성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해외 출장을 떠나며 유럽에서 마그네티 마렐리 경영진과 인수합병과 관련된 비공개 회의를 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만약 마그네티 마렐리를 인수하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기술력과 전장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하만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율주행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FSA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량 사업부인 웨이모에 하이브리드 미니밴을 제공하며 마그네티 마렐리의 부품도 일부 활용했다. 기술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며, 삼성전자가 눈독을 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