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말이다. 특히 냉정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일반 기업체에서는 더욱더  통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실패를 혁신의 기반으로 삼아 반도체 기술한계 극복에 나선 '용감한' 기업이 등장했다, 바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13일 연구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아쉽게 실패한 사례, 당시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실패 이유를 알게 된 사례 등을 공모해 상을 주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 경진대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 SK하이닉스가 이천 본사에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 경진대회를 열었다. 출처=SK하이닉스

경진대회의 마지막 글자가 '걸'이 아닌 '컬'인 이유는 문화를 뜻하는 컬쳐(Culture)의 첫 글자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실패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보는 것을 단순한 일회성 경진대회로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로 만들어 조직의 DNA로 삼겠다는 의지다.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공모전에서 250여건의 과거 사례가 등록됐다. 반도체 연구개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사례가 등장했으며 회사는 우수 사례 4건에 대해 12일 이천 본사에서 박성욱 부회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가졌다. 이번 공모전 이후 실패사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를 연구개발에 직접 적용하기로 하고 매년 공모전을 열기로 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직원'을 징계하고, '실패해도 무언가 시도하는 직원'에게 포상하는 독특한 사내문화를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도전하는 조직운영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이번 경진대회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은 “혁신적인 반도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집단지성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이 핵심이고, 임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스피크업(Speak up)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솔직한 문화가 중요하다”면서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왁자지껄 문화의 하나로 확산해 실패를 분석하고 이를 혁신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문화적 혁신의 바람을 일으켜보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