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미약품 제공

[이코노믹리뷰=김윤정 기자] 한미약품이 신약 폐암표적항암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의 개발 중단을 발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한미약품은 임상 1, 2상을 마친 올리타를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8500억원에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임상에서 기술개발을 중단하고, 올리타의 권리를 반환했다. 

이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감사원은 올리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약효 부작용에 대한 오명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에 한미약품은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 3상 단독 진행을 강행했지만, 결국 개발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13일 한미약품은 식약처에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향후 절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리타가 이미 허가받은 의약품이기 때문에 식약처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미약품 측은 “향후 투입해야 하는 연구개발 비용 대비 신약 가치가 하락했다는 분석에 따라 중단한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2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한미약품 개발 중단 상태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의 부담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회사들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다가 ‘임상 3상’ 단계에서 두 손을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판매 목적으로 신약을 개발한다면 ‘임상 3상’의 대상이 내국인에 국한되지만 수출을 목적으로 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FDA)이나 유럽(EDQM), 일본(후생성) 등 전 세계에 시판하기 위해서는 지역별·국가별·인종별 등 각국의 식약처에서 요구하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글로벌 임상 3상’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는 그동안 투자해왔던 R&D(연구개발) 비용의 5~6배, 5000억~1조원까지 투입된다. 

국내 제약사 중 R&D 투자 비용 1위 셀트리온의 2016년 기준 매출 대비 39.4%, 263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뤄내기 힘든 과정이다. 뒤이어 한미약품(18.4%, 1625억원), 녹십자(9.8%, 1170억원), 대웅제약(13.2%, 1164억원), 종근당(12.3%, 1021억원) 순이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임상이 도중에 실패해도 그동안의 투입된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낼 수 있는 ‘자본’이 있다.

실제로 로슈, 존슨앤존스, 노바티스 등 글로벌 10대 바이오제약기업의 2016년 평균 R&D 투자 비용은 718억 40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1조 2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10대 제약사의 R&D 비용을 모두 모아도 글로벌 제약사 한 곳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바이오벤처사의 ‘기술’을 국내 제약사가 ‘자본’으로 사들이고, 국내 제약사의 ‘기술’을 다시 글로벌 제약사 ‘자본’이 사들이는 식의 ‘먹이사슬’ 구조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