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상파, 케이블 TV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고 불리는 기성 언론의 영향력은 감소하는 반면, OTT서비스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방송 미디어 산업은 이미 유무선 인터넷 통신 기술의 비약적 발전, 모바일 기기의 엄청난 진화, 방송과 통신의 왕성한 융합으로 미디어에 대한 소비자 선호와 그 소비 형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2016년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시작해 OTT의 원년으로 부른다. 같은 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4차 산업혁명 시대 OTT 동영상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당면 과제’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트렌디하고 재미있는 tvN을 제외하고는 기성 언론에 대한 선호도 응답보다 모바일·인터넷의 웹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방송미디어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특히 OTT가 선도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로 ‘셋톱박스를 넘어서는’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컫는데, 특정 OTT 플랫폼에 가입하고 구글플레이, 아이튠스와 같이 콘텐츠에 대한 가격을 지불한 후 다운로드하고 무제한 시청하는 형태다.

2017년 구글의 크롬캐스트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출시된 이후 우리 OTT 시장은 꾸준히 성장일로에 있다. 유튜브 레드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국내 진출이 더해지면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 시장조사 전문업체 스트라베이스는 2020년 한국의 OTT 시장 규모가 7801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소비형태) 최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TV 없는 ‘제로 TV’ 가구가 급증해 이런 삶의 패턴이 OTT 서비스 가입 수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콘텐츠 연합 플랫폼의 ‘푹(Pooq)’, CJ E&M의 ‘티빙’, 딜라이브의 ‘딜라이브 박스’와 스카이라이프의 TV용 OTT인 ‘텔레비’가 출시되었고 현대 HCN과 판도라 TV가 합작 설립한 ‘에브리온 TV’에 이어 최근(지난 2월) CJ 헬로비전이 ‘뷰잉’을 선보여 이른바 OTT 산업의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어느 시간, 어디서나 원하는 기기나 플랫폼으로 클릭 몇 번만으로 시청할 수 있는 편리함은 OTT 서비스의 큰 자랑이다. 미국 방송 미디어 시장에서 이런 유비쿼터스적 편의성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들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에이미상 3관왕 영예를 거머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사로도 유명한데, 머지않아 넷플릭스사는 미래형 미디어 유통 플랫폼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콘텐츠 제작사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지난 4월 초(2018년 4월 9일), 국내 극장업계 최초로 롯데시네마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1억명 넘는 전 세계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한국 상주 팀을 꾸려 5월부터 가동한다는 발표 이후(4월 5일) 바로 며칠 뒤 이어진 발표였다.

롯데시네마는 오는 6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OTT 등 신규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는데, 극장 사업뿐만 아니라 OTT 플랫폼을 통해 ‘여러 영화 사업자들과 제휴해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드라마, 예능을 아우르는 국내 콘텐츠 생산과 유통 활동을 본격화함으로써 국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6월에 롯데 시네마는 롯데 쇼핑에서 분사해 ‘롯데 컬처웍스’(LOTTE CULTUREWORKS)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할 예정으로, 그야말로 OTT 신규 사업을 영화 사업의 전환점으로 잡는 것이다.

롯데시네마의 OTT 서비스는 마치 콘텐츠 1건당 이용요금을 지불하는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TVoD)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롯데시네마의 OTT 시장 진출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극장 관객 수가 2억명 이상에서 정체된 상황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의 발달이 영상 콘텐츠의 소비 형태와 시청 패턴에 혁명적인 변화를 이미 가져왔는데, 이는 영화관 이용 관객 수의 격감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풀이도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 박사가 2007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영상 콘텐츠가 주로 인터넷에서 소비될 것’을 예언했는데, 롯데 시네마는 OTT 서비스로 현실화되고 있는 영상 콘텐츠 소비의 급격한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펼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송 미디어의 콘텐츠. 플랫폼 신규 사업자들의 경합 가운데 과연 방송, 통신, 영화 중 어느 산업군이 OTT 사업의 선점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