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자동차용 연료에는 휘발유와 경유가 있다. 주유소에서 차량에 주유할 수 있는 휘발유는 ‘보통휘발유(이하 일반유)’와 가격이 더 비싼 ‘고급휘발유(이하 고급유)’가 있다. 4월 10일 기준으로 고급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9.31원이고 일반유는 리터당 1550.04원이다. 고급유가 일반유와 비교해 309.04원 더 비싸다. 이 정도 가격차는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선택하기엔 부담스러운 차이다. 그렇다면 두 휘발유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반유를 써온 차량에 고급유를 주유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유를 사용하는 차에 고급유를 넣으면 차량에는 별 문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두 유종 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30년간 자동차 정비업무를 해온 A씨는 “일반유와 고급유 간에는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성능에 영향을 끼치는 차이가 조금 있으나 운전자가 체감하기엔 미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반유와 고급유의 차이는 휘발유 품질의 차이는 아니다. 성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차이는 바로 ‘옥탄가(RON, Research Octane Number)’에 있다. 옥탄가는 엔진의 ‘노킹’ 발생 확률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옥탄가가 ‘100’이면 노킹이 발생하는 안티노크(Anti-knock)가 ‘0’이라는 뜻이다. 안티노크가 ‘0’이면 이론상 노킹이 발생할 확률이 없다고 봐도 된다.

일반유를 주유하는 차량의 휘발유 옥탄가는 미국 AKI(Anti-Knock Index) 기준으로 85~90 정도다. 수입차나 고속 주행을 많이 해야 해 엔진 회전수가 높은 이륜차에 쓰이는 고급휘발유의 옥탄가는 90~100 사이다. 우리나라의 옥탄가(RON) 기준으로는 일반 휘발유는 90~94, 고급휘발유는 95 이상이다. 같은 휘발유라도 AKI 수치는 RON보다 4~5 정도 낮다.

그렇다면 노킹은 무엇일까? 노킹은 엔진 내부의 불완전 연소로 마치 두드리는 듯한 소음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엔진을 때리는 불규칙한 이상 소음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노킹 현상이다. 노킹이 발생하면 엔진 내부의 피스톤과 실린더 등 엔진부품으로 진동이 전달되고 균열이나 마모가 생긴다. 엔진수명이 줄어드는 이유다.

노킹을 줄이려면 고급 휘발유를 사용하는 게 지름길이다. 옥탄가가 높은 고급 휘발유를 사용하면 노킹이 줄어들면서 엔진을 보호하고 출력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고급유를 사용하는 차량은 자동차 관리 매뉴얼에 고급 휘발유를 넣으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고급 휘발유를 넣으라는 말이 없다면 일반유를 넣어도 무방하다.

일반유를 넣는 자동차에 고급유를 넣는다고 해서 차가 더 잘나가거나 더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연비가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고급휘발유와 보통휘발유는 옥탄가 외에는 오염물질 배출 정도나 동판 부식도, 산화 안정도, 산소 함유량 등은 모두 같은 기준을 따르고 있다.

결국 일반 차량에 값비싼 고급유를 넣는다고 해서 가격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엔진오일 관리 등 소모품 교환 주기를 지키는 등 평소 차량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고성능 차량에 고급유를 주유하는 것은 차량의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일반유를 넣으면 노킹으로 엔진에 손상이 간다. 고급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를 찾지 못해 일반유를 주유하는 운전자도 있다. 노킹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옥탄첨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유를 주유한 후 첨가제를 넣어주면 옥탄 효과가 높아지면서 고급유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더라도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옥탄첨가제는 대부분 주유용으로 만든 게 아닌 만큼 임시방편으로만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