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지난 2월 검색 기술 연구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인 네이버 서치(Naver Search)와 인공지능 기술 플랫폼 개발 운영을 담당하는 클로바(Clova)를 하나의 조직인 서치앤클로바(Search&Clova)로 통합했습니다. 일본 라인 신화를 이끈 신중호 리더가 맡은 서치앤클로바는 인공지능 기술 패러다임을 포털의 기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도입하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네이버의 포털 인프라가 플랫폼 공공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인공지능 클로바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공성 침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는 한편 포털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겠다는 의지도 보입니다. 네이버는 “서치앤클로바의 기술역량과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욱 혁신적인 시도를 할 것”이라면서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도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재미있는 대목은 구글의 행보입니다. 구글은 네이버와 달리 지난 3일 검색과 인공지능 부문을 통합했습니다. 2016년 2월 두 부문을 통합해 운영했으나 벤 고메스가 검색을, 제프 딘 구글 브레인 연구실 설립자가 인공지능을 맡도록 했습니다. 직후 통합 부문장을 맡았던 지아난드레아는 애플로 이직했습니다.

두 기업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기업의 크기, 서비스 범위, 현재 처해진 상황 등이 다릅니다. 포털에서 시작했다는 공통점만 가지고 두 기업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며, 최종 목표가 동일하다고 전략마저 동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서는 있습니다.

네이버는 서치앤클로바를 통해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화된 검색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차세대 기반 플랫폼인 클로바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입니다.

자세히 풀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털의 눈에서 ICT 시장을 보면, 여전히 검색은 중요한 서비스이자 캐시카우입니다. 그러나 기계적인 검색결과만 제공하는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으며, 네이버는 그 변화를 확실하게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성장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라이코스, 야후 등 다양한 포털과 경쟁하던 시절 '지식인' 서비스와 '장문검색'으로 단숨에 승기를 잡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품질차이는 차치하고, 고객이 가장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줄 아는 실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포털로 찾아오고, 가능하면 편리하게 필요한 정보를 얻기를 원합니다. '프랑스 파리' 검색 경험보다 '프랑스 파리 여행을 가면 어디를 구경해야 하나요?'라고 검색한 후 지식인 서비스까지 찾아보는 검색 경험이 훨씬 강력합니다.

검색과 인공지능 부문을 통합한 대목도 일맥상통합니다.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인공지능 산학 학술 행사 '네이버 AI 콜로키움 2018'에서 서치앤클로바와 인공지능 엔지니어들은 스팸을 검출하고 의미에 맞는 내용을 찾아주며, 사람의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는 기술 등을 논의했습니다. 네이버는 천편일률의 검색 경험을 인공지능 기술로 강화해 인텔리전스 환경을 구축하려는 전략을 보여줬습니다.

▲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자기들의 플랫폼 전략과 인공지능을 소개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합니다. 최근 공개된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거점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제2의 라인 후보인 스노우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700억원을 넘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기술기반 플랫폼, 생태계 전략을 구사하며 매출에서 연구개발 비중을 20% 이상 올리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타국의 검색 시장을 겨냥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과의 결합은 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새로운 궁금증이 생깁니다. 구글은 왜 네이버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네이버와 180도 다른 전략을 취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행보에 답이 있습니다. 그는 안드로이드 시대의 연장선에서 초연결 생태계 확장을 노리고 있으며, 세계 최고 기업의 지위에서 시장의 '재'장악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같은 경쟁사의 도전을 물리치며 인공지능 기술력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두 회사의 차이가 여기서 하나 더 보입니다. 네이버의 서치앤클로바는 '고객이 검색하지 않은 대목도 보여준다'는 가치도 지향하고 있습니다. 얼핏 사용자 경험의 고도화로 보이지만 이 역시 네이버의 가두리 생태계 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네이버 플랫폼에 들어오는 이들을 인공지능 기술로 다시 '네이버의 길'로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네이버는 지나칠정도로 가두리 양식장을 사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다(인터넷)로 떠나려는 항해자(네티즌)들을 자기들의 워터파크(네이버 포털)로 가두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오픈 생태계를 보여주려고 다양한 노력을 벌이고 있으나, 네이버의 생각은 좋게 말하면 선명하고, 나쁘게 말하면 한계가 보입니다.

인공지능과 검색, 모두 중요합니다. 네이버는 더 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자기들의 생태계로 끌어오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중입니다. 구글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초연결 인공지능 생태계 시대의 도전자들을 거대한 기술 플랫폼으로 막아내는 일이 더 시급해 보입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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