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카카오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삐거덕 거리고 있다.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지분율 보다 적은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탓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5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목적으로 3720만주(1860억원)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은 58%다. 지분율에 따른 따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증자금액은 2900억원이지만 이보다 1040억원을 덜 내겠다고 밝힌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7일 이사회를 통해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의 자본금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상증자는 보통주 4000만주(2000억원), 우선주 6000만주(3000억원)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보통주 2320만주, 우선주 1400만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보통주는 카카오뱅크가 발행하기로 한 4000만 주의 58%에 해당하지만 우선주는 6000만주의 23.3%에 그친다. 이에 따라 우선주에서 실권주 2080만 주가 발생하게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측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인수할 당시 계약대로 발행주식의 50%만을 보유하기 위해 50%를 초과하는 부분을 이번에 해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당초 카카오뱅크의 지분율 50%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뱅크의 준비법인에 참여했던 로엔엔터(지분율 4%)가 카카오(지분율 10%)에 2016년 3월 인수되면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에 따라 로엔엔터가 보유한 지분을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떠안게 됐다.

또 2016년 말 주주였던 코나아이(지분율 4%)가 지분참여를 포기하면서 코나아이의 지분 역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했다.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우선주를 실권함에 따라 다른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에도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전액 참여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와 카카오(10%), 국민은행(10%), 넷마블게임즈·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이베이코리아·스카이블루(각 4%), 예스24(2%) 등이다. 이들은 주금 납입 예정일인 25일 이전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카카오는 실권주 인수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은행 지분 최대 10%, 의결권 지분 4%까지만 허용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받지만 이번에 실권주가 발생한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어 은산분리에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출범 첫 해로 초기 시스템 비용과 모객에 많은 돈을 썼고 대규모 적자의 원인이 됐다.